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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의 시한부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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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음빛 작성일15-04-10 00:54 조회72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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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의 시한부 인생
윤정화의 심리칼럼(2015. 4. 6)

 

10년 후 나는 죽음을 맞닥뜨려야 한다. 그때 나이가 50세이다. 지금 나는 40세이다.

 의사가 내 병은 서서히 죽음을 준비해야만 하는, 의학적으로 도움을 줄 수 없는 병이라고 한다. 아내와 아이들이 무어라할지 까마득하다. 

 뇌와 신체가 서서히 죽어가고 있기 때문에 죽음을 외면할 수는 없는 병이다. 벌써 나는 손이 가끔 떨리기도 하고, 기억나지 않는 일들이 조금씩 생기기도한다. 

 직장에서 중요한 회의가 있어 집중해야하는 일들에 있어서 놓칠때가 있다. 막막하고 답답하다. 

 내 자신이 비침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누군가를 붙들고 왜 내게 이러한 병이 왔냐고 물어보고 소리치고 싶다. 

 세상에서 나 혼자 덩그러니 버려진 느낌이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행복해 보인다. 가끔 동료가 회사가 지겹다고 짜증을 내면 건강한 것만으로도 감사한 것인데 라고 말하고 싶다. 

 직장 윗사람에게 말씀드려 중요한 업무에서 물러나서 몇 년 후 그만둘 준비를 하겠다고 했다.집으로 돌아와 아내와 아이들에게 아빠의 병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모두 하얀 얼굴로 고개만 떨구고 말이 없다. 잠시 후 아이들은 각자 자기방으로 들어가고 아내와 마주하게 됐다.

 아내는 눈물만 흘린다. 

고개를 들지 않고 소리죽여 흐느끼기만 한다. 

 아프고 슬프다. 

 내가 무엇을 해 줄 수 있는 입장도 아니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오히려 위로가 필요하다. 

하지만 나는 아내에게 위로의 말을 건낸다. 

 걱정하지 말고 10년동안 만이라도 열심히 살자고 말을한다. 아내는 창백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며 말한다. “10년후에는 나는 어쩌라구” 

 미치겠다. 소리쳐 울고 싶다. 

 아내를 끌어안고 같이 소리 내어 울었다. 미안하다고 내가 미안하다고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은 미안하다는 말 밖에는 할 수 없다. 

 그리고 나는 아내에게 부탁을 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재미있게 살자” 

 나는 그동안 아내의 말보다 내 말이 우선이었고 내가 결정한 일은 열심히 설명해 결국 내 뜻을 따를 수 밖에 없도록 고집을 세우는 부부대화를 했다. 그러다보니 가정에서 의사결정이 민주적으로 하는 모양은 갖췄으나 결론에 있어서는 남편인 내 뜻에 아내가 따르도록 일방적인 의사결정을 하며 살아온 것이 많았다. 

 이것이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그래서 이제는 아내의 목소리에 귀를 귀울이고 싶다. 

 내 병으로 인해 내가 아픈 만큼 아내도 앞날이 막막할 것이다. 이제라도 부부의 행복을 방해한 나의 일방적인 부부대화를 바꾸어 아내와 행복하게 살다가 죽고 싶다. 

 난 아내와 행복하게 살다 죽고 싶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내와 함께하는 행복은 나의 10년을 아름답게 꾸며줄 소중한 시간들이라고 본다. 

 아내의 소중함에 그리고 아내의 존재에 감사하고 또 감사한다. 

 나의 죽음을 편안히 그리고 자연스럽게 맞이하고 싶다.

 잘 보낸 하루가 행복한 잠을 가져 오듯이 잘 산 인생은 행복한 죽음을 가져온다. - 레오나르도 다빈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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