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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안녕히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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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음빛 작성일15-03-13 09:36 조회71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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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안녕히 가세요”

윤정화의 심리칼럼(2015. 3. 9)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어머니는 날보고 울지 말라고 하신다. 나는 왜 울지 말라고 그러는지 묻지도 않고 울면 아버지가 진짜 내 곁을 떠나가신다는 생각에 울음을 꾹 참고 방안을 나왔다. 그리고 나는 집주변을 뱅글뱅글 돌기 시작하였다. 내가 집주변을 지키고 있으니까 아버지가 집밖을 나가면 안 된다고 집주변을 뱅글뱅글 돌았다.

친구들이 문상을 왔다. 나는 너희들 아버지 있다고 자랑하러 왔구나. 나도 아버지가 있다고 소리쳤다.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은 내가 이상하다고 걱정하는 눈빛이다. 나는 문상 온 친구들을 차갑게 외면하고 계속 집주변을 뱅글뱅글 돌았다.

그때가 초등시절이었고 나는 지금 쉰 살이다. 이제야 아버지를 내 가슴으로부터 떠나보내려고 한다. 나는 아버지를 떠나보내지 않고 지금까지 내 가슴에 묻고 살아왔다. 나에게 아버지는 나의 가슴 일부분에 항상 붙어있는 존재였다.

하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 존재여서 누군가를 붙들고 아버지인냥 어리광을 부리며 살았는데 그것이 내 아들이었다. 아들을 의존하는 것이 나에게는 힘이었고 자랑이었는데 아들이 힘들다고 아프다는 신호를 보내왔다.

아들은 엄마가 밉고 싫다며 초등학교 6학년이 되자 분노조절장애자가 되었다. 엄마가 부담스럽고 엄마가 거머리처럼 징그러워 집에 들어가기 싫다고 한다. 엄마가 없는 집이면 어디든 좋다고 밖을 돌아다닌다. 아들의 아픔을 헤아리지 못하고 내 자신만 생각하며 내 자신의 허전함을 아들에게 의존한 것이 이토록 많은 고통을 아들이 감당하며 살아왔음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단순히 아들이 문제가 있는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그 문제는 내가 아들에게 만들어준 문제였었고 내 어린시절의 숙제를 아들에게 떠 안겨 준 것이었다. 이제는 아들의 마음을 알아주고 내 문제를 더 이상 아들에게 주지 말아야겠다. 아들에게 자율성을 빼앗아버린 내 자신의 문제들을 빨리 풀기위하여 내 가슴에 있는 아버지와의 애도작업을 해 주어야겠다.

아버지를 가슴으로부터 떠나보내야겠다. 아버지는 이제 내 가슴에서 떠나간 홀가분한 내 아버지로 인정해 줄때가 된 것 같다. “아버지! 그동안 아버지를 떠나보내지 않으려고 울지 않았어요. 아주 독한사람이 되어 강하게 아버지를 붙들고 살았는데 그것이 내 아들의 마음을 너무 몰라주는 내 자신이 되어있었네요. 아버지! 안녕히 가세요. 천국에 가셔서 편안히 쉬세요.”

가슴에 묻어둔 아버지는 곧 자신의 어느 한 부분을 묶어놓은 것이다. 이에 이별의 대상과는 슬프지만 충분한 애도작업을 하여 떠나보내는 것이 서로를 위하여 필요하다.
 
 
사랑은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를 주는 것이다. - 에리히 프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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