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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쇠사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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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음빛 작성일14-12-12 14:13 조회64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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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쇠사슬
윤정화의 심리칼럼(2014. 12. 10)

사람을 만나면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항상 고개를 숙인다. 언젠가 가슴 설레는 남자를 만난 적이 있다. 그 남자와 시간을 보내면서 서로 사귀는 사이가 됐다. 3개월이 지났을 때 쯤 그 남자는 나에게 농담을 하며 내 손을 잡으려 했다.
 
나는 순간 그 남자가 짐승 같다는 생각에 그 자리에서 도망치고 말았다. 이후 그 남자는 나에게 사과를 했지만 나는 그 남자와의 사이에서 거리감을 두기 시작했고 그 남자와는 완전히 남남이 돼 만나는 일 조차 없어지고 말았다.

얼마 후 직장에서 괜찮은 사람이다 싶은 사람과 데이트를 하게 됐다. 이 사람은 나에게 친절했으며 예의가 있었다. 항상 나에게 배려심 있게 다가오고 내가 싫어하는 것은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나는 그러한 면이 좋았다.
 
그러다가 두 달이 지났을 쯤 눈이 내리는 추운 날 그 사람은 내 손을 잡아주고 싶다고 했다. 나의 손은 그 남자의 손에 잡힌 채 눈길을 걷게 됐다. 그날 이후 나는 몸살이 왔고 그 사람과의 만남이 불편해졌다.

그 사람이 마치 속물인 것처럼 징그러웠고 그 남자에 대한 좋은 감정 보다 부정적인 감정들이 올라오면서 그 사람을 만나지 않으면 편하겠다는 마음으로 헤어지자고 통보했다. 그 사람은 처음에는 놀라워했고 나중에는 이상한 여자라며 나에게서 돌아섰다.

나는 남자가 내게 악수를 청하면 불편하고 몸이 경직된다. 그리고 남자가 이상한 생각을 갖고 내게 악수를 청한다고 생각했고 남자와의 스킨십에는 혐오감을 갔고 있었다. 또한 남자가 여자를 존중하는 것은 결코 스킨십이 아니라 스킨십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며 내 스스로 거룩한 남자를 찾았다.
 
이러한 내 자신이 서른 살이 넘고 보니 오랫동안 사귄 사람도 없을 뿐만 아니라 남자와 사랑을 해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유아기 때 오빠로부터 성추행 경험이 있다. 그때부터 나는 누가 내 몸을 만지면 소스라치게 놀라고 나를 헤치는 사람으로 생각하게 됐다.

어린 시절 성추행 경험은 몸의 경직과 더불어 인간관계의 지나친 경계심으로 연결될 수 있다. 또 여성인 경우 남성상이 왜곡돼 남성이라는 대상은 자신의 몸을 더럽게 하기 위해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온다는 무의식의 반응으로 나타난다.

어린 시절 경험된 성추행은 결코 자신의 잘못이 아니다. 또한 몸의 아픔이 인간의 존엄성보다 앞설 수는 없다. 우리 인간은 존엄한 존재다. 그렇기 때문에 아팠던 몸의 경험을 이제라도 ‘네 잘못이 아니다’고 충분히 위로해주고 격려해 줘야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를 지켜주고 보호해주기까지 힘들게 견뎌준 내 몸에게 충분히 고맙다고 알아주면서 과거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게 몸이 알고 있는 아픈 경험의 쇠사슬을 풀어 주어야한다. 이제라도 충분히 사랑받고 사랑할 수 있는 몸의 소리를 알아준다면 몸은 자신을 자유롭게 사람을 만날 수 있게 허락해 줄 것이다.
 

눈 먼 손으로 나는 삶을 만져보았네 그건 가시투성이였어.
가시투성이의 삶의 몸을 만지며 나는 미소지었지.
이토록 가시가 많으니 곧 장미꽃이 피겠구나라고.

-장미와 가시 김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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