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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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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음빛 작성일14-11-21 08:36 조회71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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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목소리

윤정화의 심리칼럼(2014. 11. 17)

아버지는 언제나 술에 취해 들어오실 때 발자국소리가 쿵쿵거린다. 동네 어귀부터 소리지르고 개 짖는 소리도 동반돼 내 귀를 공포로 몰아넣는다. 그렇게 취한모습과 횡설수설한 목소리로 집에 들어오시면 엄마에게 소리부터 지르시고 집안 살림이 부서지는 소리가 난다.
 
나는 방구석에 몰래 숨어 있다가 엄마가 아버지로부터 폭력을 당할 때 쯤 뛰쳐나가 아버지를 말리고 울기 시작한다. 그러면 엄마는 아버지로부터 피신하시고 나는 대신 아버지로부터 폭력을 당한다. 내가 큰 딸로서 엄마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은 아버지로부터 대신 맞아주는 일이었다. 그때가 초등학생이었다.

얼마 뒤 어머니는 가출을 하셨고 아버지는 더욱 술에 취해 들어오셨다. 나는 학교가기 전에 동생들에게 답을 먹이고 집안에 꼼짝 말고 있으라고 신신당부를 하면서 허겁지겁 학교에 갔다가 학교가 끝나면 급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친구들은 서로 어울려 놀기도 하고 친구 집에 가서 숙제도 하면서 친구끼리 재미있게 학교생활을 하지만 나는 결코 그럴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어린동생들이 점심도 먹지 못하고 집안에 있다는 생각에 동생들이 걱정돼 급하게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동생들은 방안여기저기 어질러놓고 내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급히 부업으로 들어가 식은 밥과 간장을 양푼에 비벼서 동생들에게 주면 동생들은 헐레벌떡 밥을 먹는다. 그러다가 며칠이 지나 엄마가 집으로 돌아오셨다. 큰딸인 나는 엄마로부터 ‘수고했다’, ‘고맙다’, ‘네가 있어서 참 좋다’란 목소리를 듣고 싶었지만 엄마는 무표정하고 어두운 모습으로 집안에 누워있기만 하였다.

나는 결혼하여 아이들을 혼자서 양육한다는 억울함이 있다. 남편은 회사일로 늦게 집에 들어오고 늘 술을 마시고 밤 12시가 넘어 귀가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로서 아이들을 양육하는 것은 힘들고 고달프지만 남편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 전화를 자주한다. 이에 남편은 ‘응’이란 한두 마디만으로 반응하고 목소리는 듣기가 힘들만큼 나를 외롭게 한다.

남편이 출근할 때 아내인 나는 남편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 잘 다녀오라고 하면서 남편의 얼굴을 쳐다보며 말을 걸어본다. 하지만 남편은 서둘러 출근해버린다. 남편이 닫고 간 현관문을 쳐다보며 휑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가슴을 후벼 파고 든다. 남편이 ‘여보 수고했어, 고마워, 당신이 있어서 참 좋다’란 말만 들으면 살 것 같은데 왜 이리 다리에 힘이 빠지고 주저앉아 지는지 모르겠다.

어린 시절 힘들고 아플 때 가장 듣고 싶었던 목소리는 가슴에 숙제처럼 살아있다. 이러한 말을 배우자로부터 듣게 되면 치유의 경험을 하게 되면서 살아가는데 힘이 되고 관계의 회복이 된다. 이러한 자신의 미해결과제를 남편에게 요청하면 좋다.
 
‘당신으로부터 듣고 싶은 말이 있어요. 그것은 여보! 수고했어. 고마워. 당신이 있어서 참 좋아! 내가 살아가는데 힘이 돼요’라고 한다면 오히려 남편은 좋아할 것이다. 막연히 아내의 수고에 바라만 봐 주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아내의 구체적인 요청을 알게 되면 남편은 기쁨으로 아내에게 다가올 수 있다. 배우자로부터 듣고 싶었던 목소리는 부부가 함께 살아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부부 생활은 길고 긴 대화 같은 것이다. 결혼 생활에서는 다른 모든 것은 변화해 가지만 
함께 있는 시간의 대부분은 대화에 속하는 것이다. - 니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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