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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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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음빛 작성일14-11-06 18:50 조회73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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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의 그림자
윤정화의 심리칼럼(2014. 10. 20)

약속이 세 가지나 겹쳐 허둥지둥 여기 갔다 저기 갔다 하다가 한군데 실수를 했다. 이에 친구가 한소리를 한다. “왜 여기저기 모두 다 다니느냐 끊을 것은 끊고 해야 할 것만 하지”라고 나한테 충고한다. 순간 화가 치밀어 올라 친구에게 소리를 지르고 돌아섰다. 그리고 그 친구를 보고 싶지 않아 만나지 않는다.

사실 그 친구는 수십 년 동안 가장 가깝게 지내던 친구다. 우리가족과 그 친구가족이 함께 놀러도 다니고 사소한 것 까지 나누며 가깝게 지냈다. 그런데 그 친구가 나에게 잘못하고 있다고 한 것이 섭섭하고 화가 나서 단절하고자 한 내 자신은 심한 좌절감을 경험하고 있다. 이 일 이후 자주 울컥하기도 하고 우울하여 견디기가 힘들 지경이다.

친구는 나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이다. 내가 그토록 힘주어 지켜온 자존심은 나에게 남보다 못하지 않다고. 열심히 그리고 최선을 다해 살아온 나의 삶이다. 그래서 나는 어느 누가 나에게 잘못을 지적한다는 것은 심한 치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오랫동안 유지해온 우정의 관계도 단절시킬 만큼 화가 난다.

부모님은 어린 시절부터 오빠가 우선이었다. 오빠는 중학생일 때부터 지방에서 서울로 유학을 갔다. 나도 서울로 가서 공부하고 싶다고 부모님께 부탁을 드렸지만 어림없는 소리라며 묵살 당했다. 그래서 내 힘으로 공부하여 서울에 있는 대학교를 들어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오빠는 지방대학을 다니는 결과가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지원을 하지 않으셨다. 나는 혼자의 힘으로 대학을 나왔고 근무하고 싶은 회사에 입사했다. 하지만 오빠는 대학 졸업 후 사업을 한답시고 집에 있는 돈을 모두 갖다 쓰고 결국 부모님도 오빠 자신도 파산한 상태다. 그래서 나는 이때다 싶어 모아둔 적금을 해약해 부모님께 보탬이 되기를 바라며 드렸다.
 
왜냐하면 돈으로라도 내 존재를 인정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님은 당연한 듯이 나의 돈을 받았다. 나는 적어도 ‘내 딸이 최고야’라는 말을 듣고 싶었고 딸로서 부모님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었다. 그런데 결국 부모님은 나에게 고맙다는 표현을 하기 보다는 오빠보다 잘 살면 안 되는 듯한 심정을 읽을 수 있었다.

결국 부모님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 나의 대인관계에 커다란 장애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이제는 내 자신이 자유롭고 싶다. 나의 있는 모습 그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잘 하면 잘 하는 대로 내 스스로에게 내 자신이 먼저 인정해주고 칭찬해주어야겠다. 그리고 나는 실수해도 괜찮고 성공해도 괜찮은 내 자신 그대로의 모습을 내가 먼저 인정해 주고 친구의 지적에도 웃을 수 있기를 바란다.

상처받은 자존심은 용서할 줄을 모른다. - 루이 뷔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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