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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을 감추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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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음빛 작성일14-07-10 12:28 조회79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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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을 감추기 위해
윤정화의 심리칼럼(2014. 7. 7)
 
남편이 대기업에 들어간 이후 나는 어깨에 힘을 주며 겸손을 가장한 교만으로 살아왔다. 남편이 진급을 했을 때 마다 반지, 목걸이, 귀걸이 세트로 하여 최고급 옷을 차려입고 우아하게 친구들을 만나 코웃음을 치며 “뭐, 다 그렇게 사는 거 아니겠어!”라면서 사람들을 진급으로 평가하며 나만 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지위에 올라와 앉아 있다는 식으로 사람들을 우습게 바라보며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청천벽력과 같은 말을 했다. 남편은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살고 싶다는 것이다. 남편이 하고 싶은 일은 높은 계급이 달려있는 진급과는 관련이 없는 자기만족 또는 자기실현의 삶이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왜 그토록 내 자신이 힘이 빠져 나갔는지 모르겠다. 남편에게 화를 내면서 “나는 당신이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이었기에 결혼을 했단 말이야, 만약 유명한 대기업에 다니지 않았다면 결혼하지 않았어. 당신은 사기꾼이야” 남편을 향하여 소리치고 몸부림치면서 남편을 향하여 폭언을 퍼부었다. 남편은 나를 달래며 미안하다는 말로 멍하게 서 있기만 했다.

나의 아버지는 대기업에 다니는 능력있는 사람이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자랑스러웠다. 월급 때가 되면 아버지는 맛있는 것을 사왔고 나는 친구들에게 아버지가 맛있는 것을 사 주었다고 자랑했다. 그러면 친구들은 나를 부러워했다. 그때마다 나는 높은 지위에 있는 아버지가 자랑스러웠다. 비록 밤마다 술을 드시고 오셔서 어머니께 폭력을 가하시고 우리에게 공포심을 유발하였을지라도.

나는 그럴 때마다 친구들이 아버지의 폭력적인 모습을 알까봐 감추며 살았다. 그래서 내 마음속에서는 ‘며칠만 있으면 아버지의 월급날이 될 것이고 아버지는 또 맛있는 것을 사오면 나는 친구들이 맛보지 못한 맛있는 과자를 친구들에게 자랑할 수 있을거야.’ 그러면서 나 스스로 아버지의 짐승 같은 모습을 감추기 위하여 월급날 맛보는 특별한 음식과 다른 사람이 쉽게 올라가지 못하는 진급이라는 계급장을 내 가슴에 새기며 스스로 자랑거리로 삼고 살아왔다. 마치 추한 아버지의 폭력을 감추기 위하여 멋있는 것으로 포장하는 가식적인 짐승처럼!

그래서 남편이 대기업에 다닌다는 계급장을 보고 결혼을 하였는데, 남편은 그 계급장을 내려놓고 계급장과 상관없는 사람으로 살아가겠다는 것이다. 나는 내 자신이 공허하고 힘이 빠지며 어떻게 살아야할지 모르는 공황에 빠지게 되었다.
 
아버지라는 폭군을 감추기 위한 계급장이 없으면 아버지의 추한 모습이 친구들에게 알려진다는 착각과, 아버지의 계급장이 내 자신을 좋은 모습으로 포장되어진다는 환상에서 이제 나는 나의 내면의 모습이 무엇인지 어떻게 봐야 하는지? 어떤 내 자신의 모습인지? 내가 진정 누구인지? 두렵고 떨린다.
 
하지만 이제라도 내 자신을 만난다면 누구보다도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다! ‘사랑한다! 그리고 나를 외면하고 살아와서 미안하다고 나를 감싸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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