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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명(改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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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음빛 작성일21-01-06 20:37 조회77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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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기사입력/2020/08/14[19:08]

개명(改名)

지금 삼십대가 된 그녀는 다섯 번째 개명(改名)을 하였다. 그녀는 이름을 바꿀 때마다 왜 자신의 이름이 바뀌어야 하는지 잘 모른다. 

 

오로지 어머니의 주장으로 그녀는 자신의 이름임에도 불구하고 어머니가 원하는 대로 이름을 바꾸게 되었다. 어머니에게는 딸의 생각이나 기분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어머니가 아는 누군가가 딸의 이름이 그다지 좋지 않다고 하면 어머니는 딸의 이름을 바로 바꾸었고 이번이 벌써 다섯 번째이다. 

 

첫 개명은 초등학생 때였다. 딸은 자신의 이름이 얼마나 소중한데 왜 이름을 바꾸어야 하느냐며 이름을 바꾸지 말라고 어머니께 울며 매달렸다. 학교 친구들 그리고 자신을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가 잊혀질까봐 두려웠다. 하지만 딸의 외침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어머니는 딸의 기분이나 생각은 중요하지 않았다. 오로지 어머니 자신이 딸의 이름을 바꾸어야겠다고 마음먹으면 그대로 실천하는 사람이었다. 

 

몇 번의 개명을 거치면서 딸은 자신의 개명을 요구하는 어머니의 소리에 무감각해져 갔다. 자신의 존재는 이미 누구인지, 자신을 다른 사람이 알든 모르든 이제는 더 이상 소중한 자신이 아니게 되었다. 그냥 어머니의 꼭두각시처럼 이름을 몇 년에 한 번씩 바꿀 때마다 자신의 존재도 꼭두각시처럼 바뀌고 있는 것 같았다. 마치 생명력 없는 마네킹처럼 무감각해져갔다. 

 

몇 번의 개명을 한 후의 일이다. 남자친구와 데이터를 하다가 남자친구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녀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그녀는 남자친구의 목소리가 작아지고 남자친구의 말이 자신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남자친구가 자신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그녀의 마음은 남자친구와 한걸음씩 멀어지고 무감각해져 갔다. 차라리 자신의 이름을 부르지 않을 때는 남자친구와의 대화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고 내용도 거의 기억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남자친구와 멀어지고 있었다. 

 

자신의 이름을 바꾸어가는 어머니를 향한 저항은 곧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을 향한 저항으로 무의식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딸은 바뀌어 가는 이름이 자신이 원하던 것이 아님을 외치고 싶었던 것이다. 

 

자신의 존재를 알려주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가 이름이다. 그런데 그 이름이 자신의 의지가 아닌 타인의 의지로 바뀌며 살아간다는 것은 정체성 혼란뿐만 아니라 존재의 의미에 혼란이 온다. 이름은 곧 자신이고 살아서 움직이는 자신의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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