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테이블의 중년 부부 > 심리칼럼

마음빛

 심리칼럼
 
유해사이트 광고, 홍보성 글이나 상호비방이나 인신 공격 등, 유해성 게시물에 대해서는 사전예고 없이 임의로 삭제 및 차단될 수 있습니다.
건전한 게시판 문화가 만들어 질 수 있도록 협조 부탁 드립니다.

옆 테이블의 중년 부부

페이지 정보

작성자 마음빛 작성일21-01-06 20:23 조회703회 댓글0건

본문

화성신문/기사입력/2020/08/03[09:16]

옆 테이블의 중년 부부

그녀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결혼만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살아왔다. 때때로 외롭고 쓸쓸한 마음이 밀물처럼 가슴을 후벼 파고 들어올 때는 무작정 밖으로 뛰쳐나가 이곳저곳을 배회하다 집으로 돌아오곤 한다.

 

그녀는 답답할 때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찾아 카페를 찾곤 한다. 어느 날 혼자 카페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문득 옆 테이블에 앉아 있는 중년 부부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매우 밋밋하게 앉아 있었다. 서로 많은 대화를 하진 않지만 상대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고 바라봐 주는 모습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알고 있었던 부부들과는 생소한 모습이여서 자기도 모르게 그들의 대화에 귀를 맡겼다. 그녀가 앉아 있는 테이블과의 간격이 멀지 않아 그 부부의 이야기가 더욱 분명하게 들려왔다. 

 

그들의 대화 내용은 결혼한 자녀가 편안히 잘 살고 있기를 바란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과거 아내가 시어머니로 인하여 힘들었을 때 남편이 아내 편이 되어주었기에 아내는 많은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어 좋았다고 한다. 또한 아이들이 어릴 때 가정이 가난함으로 인한 생활고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아내가 옆에 있어서 견디는데 힘이 되었다고 한다. 서로 주거니 받거니 지난 시간들을 회상하며 담담히 이야기하는 모습이 마치 결혼으로 인하여 서로의 삶에 든든한 동반자였음을 확인하는 것 같았다. 

 

무심히 듣고 있던 그녀에게 한 순간 등줄기에 번개가 지나간 듯 온 몸의 경련과 더불어 자신은 결혼을 하지 말아야지라고 굳건히 믿어 왔던 생각에 혼란이 왔다. 그리고 그녀는 결혼 후 여성의 삶이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를 수 있다는 것으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를 통해 이해된 것은 ‘결혼하면 여성의 삶은 불행한 것이다’였다. 즉 결혼을 하면 여자는 원래 저렇게 남편으로부터 무시당하면서 살아야하고, 시댁과 남편으로부터 부당한 것을 보호막 없이 힘들게 홀로 견디며 살아야 한다는 것으로 어머니의 삶을 통하여 받아들였다. 그래서 자신도 결혼하면 어머니처럼 불행한 삶을 살 것이라는 나름대로의 논리가 자신의 삶의 중심에 우뚝 서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결혼하지 않기로 작정했던 것이다.

 

그런데 옆 테이블에 앉은 중년 부부의 대화를 들으면서 그녀는 또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보기 시작했다. 그것은 결혼 생활이 불행이 아니라 행복도 있다는 것으로 사고의 변화가 오기 시작하였다.

 

그녀는 자신의 삶은 어머니의 삶과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쩌면 결혼 생활이 자신이 알고 있었던 것처럼 그렇게 외롭고 힘든 것만은 아닐 수도 있고, 힘겹게 홀로 눈물 흘리며 배우자를 미워하며 살아가는 삶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옆 테이블에 앉아 있는 중년 부부처럼 편안하게 서로의 이야기에 주거니 받거니 편안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미래의 자신의 모습이 될 수도 있다는 희망의 미소가 그녀의 얼굴에 비춰진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