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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등과 딸의 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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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음빛 작성일21-01-06 20:20 조회65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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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기사입력/2020/07/29[09:09]

엄마의 등과 딸의 가슴


이목구비가 선명히 보일 만큼 앙상하지만 내면의 깊은 빛이 하얀 얼굴에 묻어 나온다. 그리고 움푹 파인 눈동자 속에는 깊은 고뇌와 현자(賢者)의 모습이 담겨 있다.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한 원망이나 하소연을 할 법도 한데 그러한 말 대신 그녀를 방문한 딸에게 단지 짧고 굵직한 한마디를 건넨다. 

 

“딸아! 넌 하고 싶은 것 하고 살아라. 그리고 엄마는 네가 웃을 때 제일 예뻐!” 그리곤 앉은 자세로 두 팔로 두 종아리를 세워 감싸며 무릎사이로 얼굴을 묻는다. 흡사 쪼그리고 앉은 엄마의 뒷모습에서 갓난아이 때 딸을 업어준 엄마의 온기가 느껴진다. 

 

 사실, 오십이 조금 넘은 딸은 웃는 일이 거의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딸의 삶을 돌아보면 가혹하리만큼 가슴 아픈 사연이 많다. 가정에 무책임한 남편으로 인하여 가장 역할로 힘겹게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오고 있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건강 상태 또한 그다지 좋지 않아 병원을 찾는 일이 잦다. 물론 통증으로부터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딸은 남편을 원망하지 않고 살고자 애써오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끊임없이 신께 물어보곤 한다. 그러면서도 묵묵히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자 애써 땅만 보고 살아오고 있다. 

 

하지만 그녀도 인간인지라 외롭고 슬픈 것은 감출수가 없다. 그래서 자기와의 사투를 벌이는 날들의 연속이다. 

 

그녀는 때론 신께 하소연을 한다. ‘저를 제발 데려가 주세요. 잠깐만요. 그런데 아직은 아니예요. 내가 책임져야 할 아이들이 있네요. 만약 이 엄마마저 저 아이들을 등지고 사라지면 저 또한 무책임한 부모가 되겠죠. 그러면 아마도 신은 저를 외면하겠죠. 저 아이들이 힘들고 외로울 때 한 번씩 찾아와 기댈 울타리가 엄마라는 걸 잘 알아요. 그래서 그 울타리 역할을 하는 것이 제게는 버티고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고 힘이 되기도 해요. 그래요, 제 아이들이 웃을 수 있다면 괜찮아요. 그런데 저는 많이 아프고 외롭네요. 그래도 괜찮아요.’

 

 그런 그녀가 엄마로부터 “딸아! 넌 하고 싶은 것 하고 살아라. 그리고 엄마는 네가 웃을 때 제일 예뻐!”를 듣는 순간 딸은 가슴 깊은 곳에서 신을 만난 듯 자신의 삶에 대하여 위로와 사랑의 메시지를 들었다. 딸은 엄마의 쪼그리고 앉은 등에 자신의 가슴을 기대고 조용한 미소와 눈물을 흘린다. 

 

 엄마와 딸은 등과 가슴으로부터 서로 연결된다. 엄마는 인간으로 지녀야 하는 책임과 의무는 다하되 어리석은 아픔으로부터는 분리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면 네가 가장 예쁜 얼굴이 된다고, 딸은 엄마의 메시지를 받아들였다며, 그리고 자신의 웃음을 찾아 예쁘게 살겠다며 사랑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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