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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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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음빛 작성일20-06-25 18:45 조회72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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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기사입력/2020/06/15[09:05]

누나

 

그는 전화기너머로부터 들리는 누나의 화난 목소리를 듣고 순간 그가 숨 쉬는 세상이 멈추어 버리는 듯 했다. 화난 누나의 목소리는 마치 남동생이 큰 잘못을 저지른 사람마냥 어디 감히 내 아들에게 야단칠 수 있느냐며 입에 담을 수 없는 격한 욕을 했다. 남동생은 자신을 나무라는 누나의 태도에 이전까지 누나를 향한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그는 말없이 전화기를 내려놓았다.

 

며칠 전 누나의 아들인 20대의 조카가 그를 찾아와 용돈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십만원을 주면서 조카를 타이르고 잔소리를 했다. ‘젊었을 때 열심히 돈을 벌면서 고생도 좀 하고 해야지 너무 편하게 살면 인생을 잘 모른다며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조카는 별로 탐탁지 않아 하면서도 외삼촌으로부터 십만원을 받아갔다. 그리고 자신의 엄마에게 외삼촌으로 인하여 자존심이 몹시 상하였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누나는 남동생에게 전화하여 니가 뭔데 내 아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느냐며 당장 뛰어가서 너를 가만 놔두지 않겠다며 화를 내었던 것이다.

 

사실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누나를 돕기 위해 밤이고 낮이고 뛰어다녔다. 누나는 매형하고 사이가 좋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매형은 부부싸움을 할 때 누나에게 폭력을 행사하였다. 그럴 때마다 누나는 동생을 찾았고 동생은 누나를 돕기 위해 달려가 매형에게 엄포도 하고 달래기도 하면서 누나의 보호자 역할을 하였다. 남동생은 누나의 부부관계에 깊이 개입하였다.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살았기에 누나는 급하면 남동생을 찾았다. 남동생은 누나와의 관계에서 가족이니까 당연히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고 도와야지라는 마음으로 뛰어다녔다. 그런데 며칠 전 누나는 자신의 아들의 말 한마디에 남동생의 이야기를 들어보지도 않고 남동생에게 화를 내었던 것이다. 그리고 마치 남동생이 아들에게 몹쓸 짓을 한 아주 나쁜 놈이라고 심하게 욕을 하였다. 남동생은 그동안 자신이 아내와 자녀보다 더 누나를 위해 발 벗고 뛰어다닌 것에 심한 허무함을 느꼈고 자신이 아는 가족이라는 개념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는 며칠 동안 말문을 닫은 후 결심하고 누나에게 문자 한 통을 보냈다. ‘이제 우리는 가족이 아니다. 더 이상 보지 말고 살자.’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알고 있는 익숙한 패턴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여기에는 가족도 포함된다. 사람은 성장하면서 그 안에서 좀 더 확장되어야하는 개념들이 있다. 성인이 되기전에는 가족안에 형제자매가 있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 각자 독립된 가정이 생기면 새롭게 형성한 배우자와 자녀가 우선순위의 가족이다. 형제자매는 서로 독립된 성인으로 각자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또한 새롭게 형성한 가족의 개념에는 우선순위의 변화가 와야한다. 어린시절부터 형성된 무의식적인 가족의 개념에서 분리되어 각자 독립된 성인으로서 살아가야한다. 현재와 과거를 구별하며 사는 것은 곧 성숙한 성인의 삶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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