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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겨운 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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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음빛 작성일20-06-09 16:11 조회73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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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기사입력/2020/06/08[09:15]

역겨운 짐

 

육십을 바라보는 그는 초라한 행색이 되어 아들을 찾아간다. 아들은 아버지를 보자마자 증오와 원망의 눈빛을 보낸다. 아들은 그동안 힘들었던 시간들을 잊고, 대학 졸업반이 된 지금에야, 마음을 추스르고 자신의 미래를 향하여 공부해보려는데 느닷없이 아버지가 찾아온 것이다. 과거 그토록 아버지를 찾았을 때는 아들을 내동댕이치듯 밀어냈던 아버지였다.

 

지금까지 아들이 아는 아버지는 가족과 함께 동거하지만 함께 사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 자신만 위하는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그래서 아들은 많이 외로웠고 많이 힘들었다. 특히 어머니가 홀로 가장역할을 하면서 아들을 위해 힘겹게 가정을 꾸려온 것을 똑똑히 목격하였다. 아들은 성장하면서 자신이 힘들 때 마다 아버지의 무책임한 모습을 보면서 아버지를 용서하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 그리고 어머니의 수고와 힘듦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비행하지 않으려 자신을 추스렸다. 아들이 가장 힘든 것은 생활고였다.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갖가지 부업으로 가정을 꾸렸고 아들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아들은 학창시절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싶었던 적도 많았다. 하지만 돈을 벌어야했기에 친구들과 어울려 놀지 못했다.

 

아버지를 싫어하는 이유 중 또 하나는, 아버지는 대기업을 다니면서 높은 연봉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아버지는 그 월급을 어머니와 아들을 위해 쓰지 않았다. 처음에는 기본적인 생활비를 주다가 나중에는 아예 내 몰라라하였다. 아들은 아버지가 주식 때문에 가정을 내몰라라 하였다는 것을 성인이 되어서 알았다. 아버지는 주식으로 수익이 있었을 때도 결코 가족을 위해 쓰지 않았다. 말로는 가족을 위해 주식을 한다하지만 가족 중 어느 누구도 그러한 아버지를 신뢰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주식의 노예가 되어 주식이 오르면 더 큰 욕심으로 더 큰 빚을 내었고 주식이 내리면 어머니와 아들에게 짜증과 화를 내었다.

 

아들이 볼 때 아버지는 히스테리성, 분노조절장애자처럼 보이는 그냥 주식중독자이며 환자일 뿐이었다. 그나마 갖고 있었던 지식이나 지혜를 주식속에 모두 날려버리고 마치 좀비처럼 괴물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머니가 사고로 돌아가시고 아들은 홀로 남게 되었다. 이때도 아버지는 한 달 가량만 우울해 있다가 여전히 주식으로 빠져들어갔다. 아들은 아버지를 믿지 못하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스스로 독립하여 힘겹게 살아왔다. 그런데 지금 아버지는 아들 앞에 찾아와 자신은 주식으로 연봉을 다 날리고, 회사도 그만두게 되었고, 주식에 욕심을 내다보니 수 억의 빚만 남았다고 한다. 아버지는 자신이 기거할 거처가 없으니 도와달라고 한다. 아들은 그동안 아버지를 향한 미움보다 더 힘든 것은 지금 아버지의 역겨운 모습이다. 마치 아버지의 노후까지 자신에게 던져진 것 같다. 앞으로 이 역겨운 짐을 자신이 짊어져야한다는 생각에 삶을 포기하고 싶어지고 돌아가신 어머니 곁에 가고 싶다는 생각에 몹시도 괴롭다.

 

가족을 위해 무책임하게 살아온 아버지는 성인이고 성인은 자신이 선택한 삶의 결과에 자신이 책임을 져야한다. 아들은 그동안 잘 견뎌온 자기 자신의 인생이 더 소중하며 아들 자신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당당히 살아도 괜찮다. 성인은 자기 자신을 향한 책임과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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