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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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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음빛 작성일20-06-09 16:09 조회76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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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기사입력/2020/06/01[09;13]

아들의 사진

 

휴대폰이 불을 밝히며 소리를 낸다. 새벽 5시다. 발신자가 시어머니다. 예상되는 것이 있어 받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연거푸 벨이 울린다. 그녀는 휴대폰 벨소리가 끔찍하여 소리를 무음으로 하고 자신의 얼굴을 이불로 덮었다. 코를 골며 자고 있던 남편이 아내의 기척에 눈을 떴다. 남편은 무슨 일이냐며 아내에게 물었다. 아내는 시어머니가 전화를 했으며 받지 않았다고 하였다. 남편은 멍한 표정을 짓다가 말없이 아내를 꼭 껴안아 주었다.

 

아침이 되어 출근하니 전화벨이 울리고 액정에는 또 시어머니의 이름이 뜬다. 보나마나 한 살 된 아들의 일상의 사진을 보내달라는 것이다. 어제는 회사업무도 바빴고 매일 사진을 보내는 것에 지쳐서 보내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새벽에 전화벨이 울린 것이다. 그녀가 시어머니에게 매일 아들의 사진을 휴대폰으로 전송하지 않으면 그날 하루 종일 전화벨이 울린다.

 

처음에는 그녀도 손자를 예뻐하는 시어머니라 생각하여 아이의 일상생활에 대한 사진을 보내주었다. 그런데 일 년이 지난 지금 사진을 보내라는 시어머니의 요구는 손자사랑이 아닌 며느리를 향한 감시였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예전 주변 동료들이 이상한 시어머니라고 얘기할 때도 그렇지 않고 사랑이 많으신 분이라고 시어머니편을 들었다. 하지만 어쩌다 휴대폰으로 사진을 전송하지 않고 건너뛰는 날엔 새벽, , 한밤중 가리지 않고 수차례 전화벨이 울렸다.

 

그녀가 아들의 사진을 시어머니에게 전송하는 것이 이제는 소름끼치게 싫다고 이야기했을 때 남편은 아내를 이해한다며 미안하다고 하였다. 남편은 아내에게 보내고 싶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였다. 남편은 어렸을 때 어머니가 자신을 끔찍이 사랑한다고 착각 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이 어머니의 집착이었음을 알게 되었고 그 이후 어머니를 향해 마음의 선을 긋고 살아왔다고 한다. 겉으로는 어머니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되도록 맞추어 주었지만 후에는 어머니의 거칠고 공격적인 집착으로 거의 단절하다시피 살아왔다. 결혼 후 어머니의 감시는 아내를 향한 집착으로 이어졌다.

 

다행히 남편은 어머니와 아내사이의 문제를 냉정히 보았고 아내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하고 알아주었다. 아내는 남편의 말을 듣고 시어머니에게 보내는 사진을 멈추어야겠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자신을 향해 침범해올 때 우리는 자신을 적극적으로 보호해야한다. 이에 적절한 울타리를 세워 외부로부터의 침범을 차단해야하고 문고리는 자신이 가지고 있어야한다. 내가 원할 때 자신의 영역을 열어주는 것은 자신을 향한 책임이요 사랑이다. 또한 타인도 누군가의 시간과 공간의 영역에 예의를 갖추어 관계를 해야 한다. 마음대로 타인의 울타리를 넘나드는 것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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