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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고-달래고-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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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음빛 작성일20-05-09 23:28 조회84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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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기사입력/2020/05/04[08:53]

말리고-달래고-살렸다

 

엄마를 향한 아빠의 잔소리가 시작된다. 엄마는 꼼짝하지 않고 아빠의 비난을 듣고 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엄마는 아빠를 향한 증오의 눈빛을 보낸 후 곧바로 베란다를 향하여 돌진한다. 순간 아들은 엄마를 향하여 달려가 엄마의 허리를 잡으며 죽으면 안 된다고 말린다. 베란다에 매달려 있던 엄마는 마지못해 베란다 바닥으로 내려와 울기 시작한다. 아빠는 가만히 지켜보다가 방으로 들어간다. 아들은 이 모든 상황에 그대로 노출 되었고 말리고-달래고-살렸다는 것에 안도의 숨을 내 쉰다. 며칠 후 다시 아빠의 비난이 엄마를 향하고 엄마는 말없이 듣고 있다가 부엌으로 달려가 칼을 잡고 죽으려 한다. 이때 아들이 달려가 엄마를 말린다. 잠시 후 엄마는 마지못해 칼을 내려놓고 울기 시작한다. 아빠는 가만히 지켜보다가 방으로 들어간다. 아들은 이 모든 상황에 그대로 노출 되었고 말리고-달래고-살렸다는 것에 안도의 숨을 내 쉰다.

 

아들은 어릴 때부터 부모의 부부싸움에 그대로 노출되었고 이에 깊이 개입되어 살아왔다. 부부싸움이 시작되면 동시에 엄마의 자살시도가 일어나고, 이를 말리고-달래고-살렸다.’는 역할자로서 아들은 살아왔다. 이것이 반복되어 이들 가족에게는 부모의 부부싸움-아들 개입-말리고-달래고-살렸다의 패턴이 형성되었다.

 

아들은 또래들과의 관계형성이 중요한 아동기 시기, 자신의 정체성과 진로로 고민해야하는 청소년 시기, 이성과 삶의 생산성에 대해 고민해야하는 청년시기 등, 중요한 시기에 필요한 에너지를 놓치고 살아왔다. 중요한 발달단계에 있어서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하고 부모의 부부관계에 에너지를 집중하면서 살아오다보니 자기로 살아가야할 힘이 되는 내적 자원들을 형성하는데 취약하다. 그래서 성인이 된 지금 무기력과 우울이 겹쳐 현재의 삶이 무척 힘이 든다. 성인으로서 앞으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하면서 살면 자신이 행복한지? 알기가 힘들다. 무엇보다도 더욱 답답한 것은 여자친구와의 관계가 어렵다. 여자친구를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여자친구와 어떻게 해야 즐거운지? 두렵고 막막하다. 여자친구가 위기에 처하면 과거에 엄마를 살렸듯이 잘 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고 자신으로서 누려야하는 재미, 즐거움, 행복감 등에는 불편하고 어색하다.

 

부모의 부부갈등에 깊이 개입된 자녀는 자기 자신의 존재로 살기보다는 가족관계에서의 역할자로 살아가는 것에 익숙하다. 이는 존재로서 인정받고 사랑받으며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때 경험하는 성취감, 희열, 좌절, 실패, 어려움, 문제해결 능력, 도전, 용기 등을 경험할 기회를 앗아간다. 부모의 갈등가운데 노출된 자녀는 가족안에 흐르는 긴장이나 공포에 예민하고 이에 즉시 반응하는 아이가 된다. 이에 반응하여 살아온 자녀는 자신이 무얼 좋아하는지? 무얼 잘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떨 때 편안함을 느끼는지? 무얼 하지 않아도 존재 그 자체로서 안정감을 느끼는지? 등을 찾기가 어렵다. 이에 과거의 패턴을 멈추고 건강한 패턴을 새롭게 형성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존재 그 자체로 살아가는데 경험하는 행복감, 기쁨, 희열, 성취감, 실패에 대한 수용, 편안함 등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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