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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어머니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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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음빛 작성일20-04-29 20:53 조회77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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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기사입력/2020/04/27[09:31]

딸은 어머니가 아니다.’

 

그녀는 앞으로 결혼을 하지 않을 것이라 다짐한다. 결혼이란 자신을 희생하고 시댁식구를 위해 사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렇게 살기가 싫어 차라리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살기로 작정한지 오래다. 그런데 외롭다. 그래서 남자를 좋아하기보다는 여자를 좋아하기로 했다. 여자를 좋아하면 시댁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무의식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자신은 여자지만 남자와는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것만 붙들고 살아왔다. 동시에 어머니를 향한 보호심리가 있다. 어머니의 노후는 자신이 책임질 것이라는 생각과 어머니를 떠나면 안 된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 왔다. 그래서 30대인 그녀는 지금도 할머니 그리고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이곳에 어머니가 계시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할머니는 어머니를 지독히도 부려왔다. 특히 명절때나 집안 행사때 할머니는 며느리인 어머니를 호되게 야단치며 집안일을 제대로 하라고 많은 친지들이 보는 가운데 소리를 질렀다. 더욱 나쁜 것은 아버지의 태도였다. 아버지는 할머니의 호통이 시작되면 무조건 할머니를 달래며 어머니를 할머니보다 더 야단쳤다. ‘여자가 집안에서 제대로 할 줄 아는게 없다.’고 어머니를 무시하고 괴롭혔다. 어린 딸이 보기에도 이를 시집살이라는 단어 하나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폭력적이고 비상식적이었다. 이것을 보고 자란 딸은 힘겨워하는 어머니 옆에서 어머니를 도와왔다. 할머니와 아버지는 그런 딸도 함께 재촉했다. 딸은 처음에는 어머니를 도와주고자 했는데 서서히 어머니처럼 할머니와 아버지의 무의식적 노예가 되어갔다. 할머니와 아버지의 호통이나 필요에 어머니와 딸은 동시에 반응하며 그들의 말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 되었다. 딸은 어머니의 심리적 남편이자 보호자 그리고 어머니와 분리되지 않은 삶을 살아왔다. 그래서 지금은 자신이 누구인지 모른다. 자신의 정체성에 무감각하다.

 

몇 년 전부터 이 딸에게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할머니의 흘기는 눈과 아버지의 호통에 숨이 차고, 가슴에 통증이 심하고, 손발이 저리고, 현기증이 났다. 그리고 순간 순간의 죽음에 대한 공포를 두려워하고 있다. 이대로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수시로 밀려온다. 때로는 119를 불러 숨이 넘어가는 고비를 넘기곤 했다. 그녀는 항상 두렵다. 불시에 숨이 멎을 수도 있다는 죽음에 대한 공포로 하루하루 불안한 삶을 살고 있다.

 

딸은 공황발작에 대한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이는 약물과 더불어 심리치료가 절실하다. 그리고 어머니로부터 분리되어 자신의 삶을 살아야한다. 딸은 어머니가 아니다. 즉 딸의 삶은 얼마든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아 어머니와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자신이 살아온 세계, 즉 할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라는 삶의 경험의 세계에서 또 다른 세계로의 확장이 필요하다. 그들에게 맞추는 삶이 아니라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살아야 한다. 과거로부터 경험된 세상으로부터 밖으로 나와 다른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경험하지 않았던 세상을 신뢰해도 된다. 세상은 딸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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