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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질 것이라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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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음빛 작성일20-04-02 18:50 조회88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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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기사입력/2020/03/31[09:13]

괜찮아 질 것이라는 생각

 

코로나 19로 인하여 의도치 않게 엄마와 두 아들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졌다. 아들 둘 다 초등 저학년이라 집안에서 몸을 가만두지 않고 뛰어다니며 논다. 거실과 방은 온통 어수선하다. 식사시간도 이제는 일정하지 않은 지 꽤 되었다. 집안에서 노는 놀이기구에도 아이들이 싫증내기 시작했다. 엄마를 귀찮게 하기도 하고 아이들끼리 서로를 귀찮게 하는 것이 지나칠 정도다. 엄마 생각에는 사내아이들이라 그러려니 하면서도 어릴 때부터 아이 둘 다 지나치게 거칠고 산만하다는 생각이 들곤 했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아이들의 행동이 좀 진정되기도 하고 괜찮아 질것이라며 하루하루 지내왔다. 그렇게 일 년이 이 년이 되고 수년을 지내면서 아이들은 더욱 산만해지고 거칠어졌다.

 

며칠 전 두 아이가 서로 싸움을 하다가 사고가 났다. 형과 동생은 서로를 공격하다가 얼굴과 몸 여기저기 심하게 다쳐서 피가 많이 났다. 심한 상처로 인하여 엄마는 아이들을 데리고 병원을 향했다. 병원으로 가는 도중에도 아이들은 분을 참지 못하는지 서로를 향하여 씩씩댔다. 아이들이 아픈 것 보다 자신 안에 있는 분을 진정시키지 못하는 것이 더욱 큰 문제 같아 엄마는 멍한 상태가 되었다. 병원에 두 아이를 입원시켰고 저녁에 남편이 퇴근하고 병원으로 왔다. 아내는 남편에게 이날 있었던 아이 둘의 상황을 설명하고 걱정스럽다고 이야기하였다. 그런데 남편의 반응이 이상했다. 아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남편은 대수롭지 않은 듯 그냥 무표정한 상태로 일관했다. 아이들 상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아내는 평소에 남편과 대화가 되지 않는다며 남편에게 답답한 사람이라는 말을 자주 하였고 남편은 대화의 내용에 집중하지 않고 아내의 말을 귀찮아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십 년의 결혼생활동안 부부의 대화는 십분 이상 이어진 적이 거의 없었다. 아이들이 퇴원 후 엄마는 아이들의 심리상태가 궁금하여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보았다. 결과 아이 둘 다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의 진단이 나왔다. 이대로 방치하는 것 보다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아이들을 도와주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아내는 남편도 진단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남편도 검사를 받아 보자고 하였다. 결과 남편도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라는 진단이 나왔다. 그제서야 아내는 그동안 남편과 대화가 되지 않았던 답답함이 이해가 되기 시작하였다. 남편은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었지 아내의 마음을 알아줄 만큼의 여유가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아이들도 남자아이들이여서 산만할 수 있다고 한해 씩 지내왔을 때 아이들의 증상이 더욱 진행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아이의 엄마는 아이들에게 좀 더 어릴 때부터 치료를 했었다면 극단적인 공격성이 덜 진행 되었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자녀를 향한 부모의 민감성은 자녀의 독특하고 특별한 것을 발견하여 도와주게 되고 이것은 자녀의 행복감과 즐거움 그리고 성취감 등을 갖고 살아가는데 중요한 부분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자녀가 아플 때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부모의 민감성도 매우 중요하다. 또한 부부관계에서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을 경우 대화방법의 문제도 있을 수 있지만, 때론 배우자가 치료를 요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더욱 중요한 것은, 미성년자와 달리 성인은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알아차리고 자기 스스로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 배우자에게 문제의 근원을 전가하는 것은 비겁할 뿐만 아니라 미성숙한 인격이라 할 수 있다. 관계에서 자기 자신을 그리고 상대를 좀 더 분명하게 알게 된다면 대화의 출발점은 좀 더 명료하게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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