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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이전과 다른 삶을 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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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음빛 작성일19-03-24 17:48 조회72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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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기사입력/2019/03/18[17:07]

이제부터 이전과 다른 삶을 살래요.’

 

그는 먼 천정을 바라보며 눈물을 감추려고 애쓰고 있었다. 잠시 후 목에서 이상한 소리가 조금씩 나오더니 결국은 토해내고야 말았다. 마치 뱃속 내장을 다 찢고 있는 것과 같은 울부짖음이었다.

 

사람 좀 살려주세요. 죽을 만큼 힘들어요. 사람 좀 살려주세요. 아니, 죽고 싶어요. 살고 싶지 않아요. 바보 같은 이 놈이 살아서 뭘 해요. 차라리 죽여주세요. 죽고 싶어요. 아니예요. 살아야 돼요. 이제부터 이전과 다른 삶을 살래요. 살려주세요.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요.”

 

둘째로 태어난 그에게는 형이 하나 있다. 그 형은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였다. 부모는 큰아들을 위해 살아가는 것 같았다. 둘째인 자신은 투명인간과 같았다. 어린 시절 밥상에 올라오는 반찬은 형이 좋아하는 것으로 차려져 있었다. 큰 아들이 좋아하는 햄과 김은 늘 큰 아들 앞에 놓여져 있었다. 둘째 아들이 좋아하는 계란후라이는 일 년에 한 두 번 올라왔다. 그마저도 큰 아들 앞에 놓여져 있어 둘째 아들은 엉덩이를 들고 계란후라이를 젓가락으로 짚어야했다.

 

그럴 때 부모는 작은아들에게 눈을 흘겼다. 둘째 아들이 좋아하던 계란후라이도 마음껏 먹지 못하였다. 부모는 오히려 큰아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들은 둘째 아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몰랐을 뿐만 아니라 관심이 없었다. 부모는 큰아들이 대학에 입학하였을 때 대학입학금뿐만 아니라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둘째 아들이 대학을 합격하였을 때는 알아서 하기를 바랬다. 그래서 둘째 아들에게 돈이 없다고 하였다. 부모는 집안에 큰아들만 대학을 가면 되는것이지 둘째까지 대학을 갈 필요가 없다고 하였다. 그래서 둘째 아들은 입학금을 지불하지 못하여 대학을 들어가지 못하였고 공장을 다니면서 일하기 시작하였다. 부모는 둘째 아들에게 직장에서 벌고 있는 돈을 공부하는 형 생활비에 보태주라고 강력하게 주장하였다. 둘째 아들은 마지못해 형에게 조금씩 주었고 마음은 불편하였지만 불평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묵묵히 일하면서 살아왔다.

 

세월이 지나 형도 결혼하고 자신도 결혼하였다. 부모는 첫째가 잘 살아야 한다며 둘째에게 용돈을 받기를 원했다. 그리고 그 받은 용돈을 물질적으로 풍족한 첫째 아들에게 모두 주다시피 하였다. 그런데 큰 아들은 부모의 관심이나 간섭이 싫다며 멀리 멀리 이사를 가 버렸다. 그래서 명절때도 부모를 잘 찾아오지 않는다.

 

그런데 부모는 수시로 둘째 아들에게 전화하여 간섭한다. 그리고 부모는 볼일이 있을 때마다 차를 타야한다며 둘째를 오라고 한다. 택시를 타고 다니라고 하면 화를 내고 섭섭해한다. 둘째 아들은 신혼 때부터 부모의 호출에 순종하며 뛰어다녔다. 그러다가 둘째는 이혼을 하게 되었다. 둘째의 아내는 부모의 호출에 뛰어다니는 남편과 사는 것이 외롭고 행복하지 않다며 떠나버렸다. 심한 아픔을 안고 부모께 아내와 이혼하였고 이혼한 사유를 이야기했더니 부모는 차리라 잘 되었다며 이제부터 더욱 부모를 위해 잘하고 살라고 한다.

 

둘째는 알 수 없는 분노와 억울함으로 미칠지경이 되었다. 도무지 자신의 존재가 이토록 하찮고 못 날수가 있는지 부모는 자신을 어떤 존재로 취급하는지 가슴 밑바닥에 내려앉아 있던 것들이 터져나오기 시작하였다. 실컷 울고 난 후 그가 한 말은 “. . . 이제부터 이전과 다른 삶을 살래요. 살려주세요.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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