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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 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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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음빛 작성일19-03-06 21:24 조회65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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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기사입력/2019/02/25[17:29]

못난 벌레

 

지나가던 동료가 나를 힐끗 쳐다보는 것 같다. 내가 잘난 척 했었나 궁금하다. 내가 잘난척 한 것이 저 동료는 거슬렸나보다. 괜히 부끄럽다. 그런데 내가 무얼 잘난 척 한 건지 잘 모르겠다.

 

점심시간 직원들과 함께 식당에 갔다. 식사를 주문하는데 선배가 나를 쳐다본다. 나는 순간 내가 지나치게 나서서 저 선배가 나를 싫어하는 것 같다. 내가 왜 나서서 식사주문을 했을까 후회한다. 그 선배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다. 괜히 부끄럽다. 나는 못난 벌레같다.

 

나는 내 목소리를 내야 하는 자리가 생기면 겁이난다. 내가 잘난척 한다고 사람들이 나를 싫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잘난척 하는 나를 가만히 놔두지 않고 괴롭힐 것 같다. 자기들끼리 모여서 내게 한꺼번에 덤빌 것 같다. 그들이 나를 흉볼 것 같아 불안하다.

어린시절 아버지는 밥을 먹을 때 조용히 하지 않으면 상을 엎었다. 하루는 나와 동생이 멸치반찬을 가지고 장난을 쳤다. 그러다가 동생이 내 숟가락에 있는 멸치를 떨어뜨렸다. 나는 동생에게 소리치며 까불지 말라고 화를 냈다. 동생은 언니가 뭔데 화를 내느냐며 덤볐다. 나는 화를 참지 못하고 동생밥을 엎었다. 동생도 화를 내며 내 숟가락을 던졌다.

 

그때 아버지는 상을 엎으시고는 내 뺨을 후려쳤다. 그러면서 언니가 잘해야 되는데 쯧쯧 하며 방안을 나가버렸다. 아버지가 동생은 때리지 않았다. 심한 모욕감과 더불어 억울함이 올라왔다. 어머니를 쳐다보았다. 어머니는 내게 잘난척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야지라며 내게 짜증을 냈다.

 

나는 심한 충격을 받았고 이후 밥상 앞에서 말이 없어졌다. 그때 이후로 말을 하지 않고 밥만 먹었다. 어머니와 동생들이 수군거리며 내 흉을 보는 것 같았고 아버지가 나를 못난아이로 바라보는 것 같았다. 가족 모두가 내가 뭘 하든 잘난 척 할 뿐만 아니라 문제가 많은 사람으로 바라보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자신이 살아온 경험안에서 자신의 사고가 고착되어 그대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힘든상황이나 트라우마의 경험은 그 사람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과거 경험이 현재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그것을 뛰어넘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과거의 나로 현재라는 시간에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즉 무의식의 노예로 살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현재 주변의 사람들은 과거 자신을 힘들게 했던 그들이 아님을 인식하여 현재의 사람들로 인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이들의 목소리와 눈빛 그리고 행동에 집중하여 현재 나와의 관계로 재구성하여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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