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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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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음빛 작성일19-01-11 21:49 조회68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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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기사입력/2019/01/07[11:33]

나무토막

 

남편은 내가 이혼을 서두를 수도 있다는 불안으로 안절부절 어찌할 줄을 모른다. 또한 내가 무슨 일을 저지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내 기분을 살피느라 분주히 집안일을 도우려한다. 그런데 나는 그런 남편의 행동에 화가 나는 것도 아니고 미움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상하리만큼이나 나는 아무느낌이 없다.

 

예전 같으면 기분이 좋든가 화가 났었는데 지금은 아무런 느낌이 없다. 다만 드는 생각은 남편이 귀찮고 싫다. 애쓰고 노력하는 남편이 타인 같기도 하고 멀리 있는 사람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 자신이 나무토막처럼 무감각하다. 내 자신이 아무런 감흥도 없고 아무런 의지도 없다. 그냥 이곳을 벗어나서 혼자 조용히 있으면 나라는 존재가 살아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나는 떠나려고 한다. 아마도 그래서 남편이 안절부절 하는 것 같다.

 

참 많이도 나를 닮은 딸이 많이 아픈 것 같다. 학교를 가지 않으려하고 집에서도 아무 말을 하지 않으려한다. 딸은 혼자말로 새가 되고 싶다고 한다. 훨훨 날아서 공중으로 사라지고 싶다고 한다. 저 공중에서 혼자 있고 싶다고 한다. 딸이 하는 그러한 말은 내가 딸을 임심했을 때 혼잣말로 했던 익숙한 말이다. 그런데 어린 딸이 그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 놀랍도록 무섭다.

 

내가 딸을 임신했을 때 참 많이 외로웠었다. 남편은 바쁘다는 핑계로 나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그러한 나를 가만히 놔두지 않은 사람은 시어머니와 시누이였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나를 시댁으로 불러들여 집안청소를 시키고 묵어두었던 도구들을 청소하게 했다.

심지어 시어머니는 출산 1개월을 앞두고 명절 전에 나를 불러들여 두 세 대야가 되도록 놋그릇들을 닦고 또 닦게 하였다. 배가 아파 주저앉아 있을 때 시누이가 한 마디 내게 하였다. ‘그것도 일이라고 힘들어 하냐라며 비웃었다. 나는 아픈배를 잡고 놋그릇들을 닦았다. 아마도 내가 그들에게 반항을 했다면 시어머니와 시누이는 나를 더욱 힘들게 했을 것이다. 그것보다 더욱 내가 아파도 참았던 것은 남편이 나를 싫어할까봐 두려웠던 것 같다. 실제로 남편은 시댁식구한테 꼼짝 못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시댁식구들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효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잘 보이려고 나를 돌보지 않았었다.

 

돌아보면 지금까지 참고 견디며 버림받지 않으려고 했던 내 자신이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었다는 것을 몰랐던 것 같다. 그때 나는 나로 인하여 내 딸을 아프게 한 가해자가 되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이 책임지고 사랑해야하는 아내보다 시댁이 우선인 사람에게 사랑을 구걸하는 것 자체가 나의 무지였음을 이제야 발견하게 되었다. 이제라도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겠다. 그리고 내가 나를 가장 먼저 사랑하는 것은 불쌍한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임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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