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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해수욕장에서의 밍크코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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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음빛 작성일19-01-11 21:39 조회79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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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기사입력/2018/12/24[16:26]

 

여름 해수욕장에서의 밍크코트

 

동생과 다툼이 일어났다. 동생은 큰소리로 엄마를 찾고 나는 동생에게 시끄럽다고 소리치며 동생을 공격하였다. 엄마는 나를 불러 거실바닥에 앉게 하고는 나의 잘못에 대하여 일일이 설명하기 시작했다. 형은 동생에게 공격적이면 안 되고 동생보다 모범이 되어야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나에게 동생과 사이좋게 지내야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동생과 싸우면 형 노릇을 제대로 못하는 것이며 형으로 인해서 동생이 아플 것이라며 긴 설명을 하였다.

 

엄마는 나에게 주로 동생을 위해주는 형 역할에 대해 설명을 늘어놓았다. 형은 동생을 사랑하고 동생을 도와주는 사람이 되어야 나중에 본이 된다며 몇 시간동안 설명을 늘어놓았다. 그리고 내게 일일이 잘 알아들었냐고 되물었다. 나는 대답을 해야만 하고 그 대답은 정해져있다. 엄마가 원하는 답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엄마의 기나긴 설명이 더욱 더 길어지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엄마의 설명이 길어질 때 마다 마음속에서는 동생을 향한 분노가 더욱 치밀어 올라왔다. 왜냐면 동생 때문에 고문과 같은 엄마의 긴 설명을 들어야 된다는 생각에 동생을 향한 미움은 커졌다. 그래서 나는 날이 갈수록 더욱 동생을 괴롭히는 형이 되었다. 때로는 엄마를 향한 미움을 동생에게 화풀이 했던 것 같다. 엄마는 나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훈계하고 가르치는 것에만 열심인 사람처럼 느껴졌다.

 

엄마의 설명은 엄마 나름대로의 가르침이고 교양스러움이었다. 그래서 엄마는 TV를 보지 않는 것이 교양스러움이라고 하여 우리집에는 TV가 없다. 그래서 나는 집에 있는 동안 내 방에서 휴대폰 게임 그리고 유투브로 온갖 것을 다 할 수 있었다. 엄마는 내가 TV를 보지 않기 때문에 방에서 당연히 책을 보리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어느 날 동생과 다툼이 일어나고 엄마의 호출이 또 시작되었다. 엄마는 나를 앞에 앉게 하고는 긴 설명과 가르침이 또 시작되었다. 차라리 한 대 맞고 그 자리를 일어서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엄마에게 잘못했으니까 벌을 달라고 하였다. 엄마는 교양이 있는 사람은 아이를 때리지 않는다며 나를 붙들어 놓고 설명이 계속 이어졌다. 끔찍하고 싫었다.

 

엄마가 보여주는 교양은 참으로 불편하고 싫었다. 마치 교양이라는 밍크코트를 입고 더운 여름 해수욕장에 서 있는 것과 같이 어울리지 않는 엄마의 교양스러움이었다. 나는 엄마의 어색한 교양의 모양을 갖춘 목소리와 긴 설명이 이어지는 어느 순간부터 다른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그 소리는 엄마소리보다 더 윙윙거리는 소리로 도망가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언제부턴가 엄마 내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요그러면 엄마의 설명이 멈추게 되었다. 이후 나는 누군가가 설명하고자 하든가 또는 가르치려하면 환청이 들리는 환자의 모습을 하게 되었다. 이것은 오랜기간 지속되었고 지금은 실제로 환청소리에 시달리는 환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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