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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나고 구멍난 나뭇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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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음빛 작성일18-12-23 22:49 조회77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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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기사입력/2018/12/17[13:39]

못나고 구멍 난 나뭇잎

 

선배는 나를 복도로 불러내어 혼을 냈다. 일을 제대로 못하면서 행동까지 느리니 못났다고 했다. 가슴이 뛰었고 깊은 곳으로부터 불이 올라오는 것처럼 화가 났다. 화가 나도 참을 수밖에 없는 그 상황이 너무나 싫었다. 그래서 사표를 내었다. 몇 달 쉬었다가 어렵게 취직을 하였다. 그곳에서도 선배의 비난과 지적으로 사표를 내었다. 사람들이 싫었고 내 자신이 진짜 못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병원을 찾아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최근에도 사람들로부터 지적을 받는 일들이 생긴다. 그럴 때마다 내 자신이 못났다는 생각에 힘들다. 회사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들을 미워하면서 불면에 시달렸고 직장생활이 내게 맞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집안에서 어둡게 몇 년가량을 보내고 있다.

 

이제는 자신감이 뚝 떨어졌는지 사람들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나를 무능하고 일을 못하는 사람이라고 판단할 것이라는 생각에 밖으로 나가기도 싫다. 예전에는 내가 하는 일에 성공하고 싶었고 임원의 자리까지 올라가고 싶었다. 그런데 이제는 일하고 싶은 의욕이 없다. 사람들이 무조건 나를 못났고 무능하다고 할 것 같다.

 

고개를 숙이고 길을 가는데 내발에 밟히는 나뭇잎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어디선가 날아온 나뭇잎이 내 발등에 툭 떨어진다. 내 발 옆에는 반쪽이 된 나뭇잎이 있고 또 그 옆에는 구멍이 몇 군데 있는 나뭇잎이 있다. 마치 못난 내 모습들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자신감이 없는 나뭇잎, 능력이 부족한 나뭇잎, 말을 잘 못하는 나뭇잎, 야단 듣는 나뭇잎, 사람들 눈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는 나뭇잎 등 온통 상처투성이의 나뭇잎들이 수북이 모여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앞에는 커다란 둥치를 가진 나무가 그게 나야 그래서 괜찮아하고 나를 쳐다보는 것 같다.

 

우리는 조금씩 부족할 수 있다. 그리고 아프기도 하고 실수하기도 하며 때로는 못났을 수도 있다. 다만 어제보다 오늘이 좀 더 나아지도록 노력하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이다. 좀 더 한걸음 나아갔을 때 과거의 나만큼 연약하고 부족한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 주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성장해 가는 것이고 성숙한 모습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좀 더 성장한 나는 과거의 나처럼 좌절하고 아파하는 사람들에게 내 손을 내 밀어주면서 함께 치유하고 성장해 나가는 것이다. 마치 추운 겨울이 지나고 새봄이 되면 새로운 나뭇잎을 피우듯이 더 큰 둥치와 수관이 그 자리에 서 있는 것과 같다. 새로운 잎을 준비한 그 나무는 더 맛있는 열매와 더 넓고 시원한 그늘을 내어주듯 우리도 올해의 아팠던 나뭇잎을 날려버리고 새로운 나뭇잎을 준비하는 그 자리에 지금 내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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