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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향한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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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음빛 작성일18-12-12 22:22 조회79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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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기사입력/2018/12/10[09:42]

아버지를 향한 벌

 

아빠의 외도를 알게 되었다. 옆집에 사는 아주머니가 내게 지나가는 소리로 말해주었다. 나는 순간 화가 나고 부끄러웠다. 집에 오니 엄마는 침대에 누운 채 아무런 기척이 없다. 나는 내 방으로 돌아와 책상에 앉았다. 기말고사가 얼마 남지 않아 집중을 해야 하는데 집중이 되지 않았다.

 

밤이 되어 집으로 들어오는 아빠의 발소리가 들렸다. 아빠가 큰방으로 들어가 엄마하고 다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거실로 나가 다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아빠는 엄마에게 짜증을 내면서 남자가 그럴 수도 있지 엄마가 별나다고 소리치고 있었고 엄마는 그 여자와 헤어지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아빠는 엄마에게 웃기는 소리 그만하고 집안에서 애들이나 잘 키우고 살림이나 잘 할 것이지 그렇지 않으면 생활비를 주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큰방에서 들리는 소리를 통하여 아빠의 외도녀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나도 잘 아는 동네 사람이었다. 아빠의 뻔뻔함에 분노를 느끼며 내 방으로 돌아왔다. 당장 시험공부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책상에 앉아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새벽에 거실로 나갔을 때 엄마가 부엌에서 흑흑 눈물을 삼키고 있었다. 아빠는 잠자리에 든 것 같았다.

 

다음날 나는 학교를 마친 후 동네에 살고 있는 그녀의 집으로 찾아갔다. 그녀는 매우 놀라하면서 내게 현관문을 열어주었다. 나는 그녀에게 내 아빠로부터 헤어지고 이 동네를 떠나라고 했다. 그녀는 처음의 얼굴표정과는 달리 매우 뻔뻔스럽게 애들이 나서도 되는 일이 아니니 집에 가라고 했다. 나는 그녀의 뻔뻔함에 화가 나서 그 집에 있는 비싼 TV와 유리 장식장을 모두 부숴버렸다. 내 손과 옷에는 피가 가득하였고 거실바닥은 유리조각들과 부셔진 물건들이 가득하였다. 그때 그녀는 집밖으로 도망을 쳤다. 나는 경찰을 부르지 않고 왜 도망을 치냐고 소리쳤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빠가 나를 혼내려고 하였다. 아마도 그녀에게 이미 연락을 받았는 것 같다. 나는 그런 아빠에게 소리쳤다. 아빠가 잘 못살면 자식이 잘못될 것이 당연하니 내가 경찰서에 가서 자수하고 벌을 받으며 살겠다고 하였다. 아빠는 더 이상 나를 혼내지 않고 그 자리를 피했다. 그리고 그녀는 그 동네를 떠났다.

 

지금은 내가 결혼하였고 아이도 있다. 현재 나는 남편을 못 믿고 끊임없이 감시하며 살고 있다. 남편은 나에게 병리적으로 자신을 의심해서 불쌍하다고 한다. 그래서 현재 남편에게 의심할 아무런 문제의 단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내가 남편인 자신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믿지 못하여 힘들다고 한다. 그래서 남편은 나와 이혼해서 마음 편하게 살고 싶다고 한다. 돌아보면 사춘기시절 어머니가 해야 하는 역할을 내가 뛰어들어 했었다. 딸인 나는 아버지를 벌주었고 아버지를 감시하며 살아왔다. 그 이면에는 한없이 연약하고 착한 엄마가 있었다. 내가 부모님의 부부관계에 심판자이자 보호자로 살아온 것이 나를 위해 건강하게 살아야하는 시간들을 놓치고 말았다. 나를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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