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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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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음빛 작성일18-12-05 17:39 조회82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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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기사입력/2018/12/03[10:19]

엄마 보고 싶어요.’

 

남편이 시댁에 들린 후 밤늦은 시간 술에 취해 집으로 들어왔다. 술 냄새가 코를 진동하고 옷에는 여기저기 지저분한 것들이 묻어있다. 남편이 실망스럽고 그다지 얼굴을 마주하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집안에 사람이 있는데 모른 체 할 수가 없어 방문을 열고 남편에게 냉수라도 가져다줄까 물어보았다.

 

남편은 피식 웃으며 나를 노려본다. 잠시 후 남편은 라면이 먹고 싶다며 내게 라면을 끓여 달라고 한다. 기가차고 화가 났지만 늦은 시간 시끄러운 소리가 날까봐 알았다고 하고 라면을 끓여주었다. 남편은 라면을 먹으면서 나를 앞에 앉아보라고 한다. 나는 얼른 자고 싶고 더 이상 남편과 마주하고 싶지 않았지만 남편의 잔소리가 길어 질까봐 남편이 원하는

대로 맞은편에 앉았다.

 

남편은 며칠 전 시어머니가 김장하러 오라고 했는데 왜 가지 않았냐며 내게 이유를 말하라고 한다. 나는 그때 출산일이 며칠 남지 않아서 가지 못한 것 잘 알지 않느냐고 했다. 남편은 그래도 시어머니가 오라고 하면 가야지 임신했다고 김장을 하지 못하느냐고 했다. 순간 남편이 나를 하찮게 여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눈물이 솟구쳐 올라왔지만 꾹 참았다. 남편에게 보여줄 만큼 내 눈물이 하찮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 다음날 아이를 출산하기 위하여 병원으로 갔다. 거의 하루를 진통하여도 아이가 나오지 않아 제왕절개를 하였다. 마취에서 깨어날 무렵 내 입에서 엄마 보고 싶어요. 엄마~ 엄마~ 보고 싶어요.’를 무의식적으로 외쳤다. 흐느적흐느적 울기도 하고 엄마를 연신 부르며 몽롱했다 깨어났다를 반복하였다. 내가 엄마를 부르며 울었던 것을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나는 마취에서 깨어난 후 엄마를 부르는 내 자신을 기억하면서 놀랐다. 평생 엄마를 불러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엄마는 내가 갓난아이 때 아빠와 이혼한 후 나와 헤어졌다. 결혼할 때도 엄마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엄마를 내 기억에서 없는 사람으로 여기며 살아왔다.

 

그토록 굳건히 엄마를 내 마음에서 지웠는데 내가 비몽사몽간에 부르는 이름이 엄마였다니 내 스스로 가슴이 아리고 슬프다. 그래 맑은 정신으로 엄마를 부를 수 없다면 마취기운을 빌려서라도 엄마라고 한번이라도 불러봤으니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쓴웃음이 나기도 하고 심장이 터질 듯 아프기도 하다.

 

결혼 후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해 참으로 많이 방황하고 있다. 어쩌면 나를 버린 엄마라도 나는 엄마를 부르고 또 부르고 있었나보다. 내 자신이 참으로 안쓰럽다. 그래 이제라도 가슴이 터지도록 엄마 보고 싶어요.’ 소리 내어 부르자. 지금 내 품에는 갓 태어난 내 아기가 내 아픈 가슴에 손을 얹고 새근새근 잠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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