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 심리칼럼

마음빛

 심리칼럼
 
유해사이트 광고, 홍보성 글이나 상호비방이나 인신 공격 등, 유해성 게시물에 대해서는 사전예고 없이 임의로 삭제 및 차단될 수 있습니다.
건전한 게시판 문화가 만들어 질 수 있도록 협조 부탁 드립니다.

'나뭇잎'

페이지 정보

작성자 마음빛 작성일18-12-05 17:35 조회741회 댓글0건

본문

화성신문/기사입력/2018/11/20[17:16]

나뭇잎

 

오늘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왜 나는 매번 그냥 지나가는 적이 없을까? 말실수를 하든가, 행동이 위태하여 부족해 보이든가, 목소리가 지나치게 빠르거나 높은 톤이 되어 사람들 앞에서 못나 보인다. 사람들은 아마도 나를 보고 바보 같고 부족하다고 흉을 볼 것 같다. 나는 참 많이도 부족하고 못났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을 만난 후 집으로 돌아와서 늘 걱정을 많이 한다. 그런 다음 불안이 지속되면서 불면으로 이어진다. 내 행동이나 내 말을 되돌아보고 후회하고 부족한 내 자신을 탓한다. 그러다가 내 입에서 못났어, 바보야, 왜사니, 그것 봐 그럴 줄 알았어, 그러니까 그 모양이지’. 나는 내 마음속으로 또는 내 입으로 이상한 사람처럼 나를 부정적으로 끌어내리는 말들을 쏟아낸다. 그리고 결국 나는 실수투성이고 못난 사람이고 부끄러울 수밖에 없는 가장 부족한 사람이 된다. 그리고 내 스스로 나를 구석으로 몰아넣고 세상에서 없어져야할 존재로 만들어버린다. 나는 스스로 우울하고 외로운 사람이다. 다음날 그 사람들을 만났을 때 그들은 내게 평소와 똑 같이 대해준다. 나는 분명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상상했다. 왜냐면 실수투성이고 못났기 때문에 나를 무시할 것이라고 상상했다. 그들이 그러지 않은 것은 분명 그들이 솔직한 마음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의 눈치를 보게 되고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서 내가 해야 할 말들을 모두 놓쳐버린다. 그러다보면 또 부족하고 못난 내 자신이 된다.

 

저녁이 되어 그 자리를 벗어나 혼자 거리로 나왔다. 길가에 뒹굴고 있는 낙엽이 발에 밟힌다. 바람에 다른 낙엽이 내 옷을 스치고 날아간다. 낙엽이 옷을 갈아입는 것 같다. 그런데 그 낙엽의 주인인 나무가 내 앞에 우뚝 서 있다. 낙엽과 나무는 내게 괜찮아, 나도 못났어, 구멍난 나뭇잎, 색깔이 예쁘지 않은 나뭇잎, 지나치게 큰 나뭇잎, 모양이 이상한 나뭇잎들이 있지만 나는 괜찮아. 왜냐면 내년에는 또 새로운 나뭇잎이 나를 더욱 튼튼하고 아름답게 보여줄 테니까, 그러니까 우리는 늘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는 거야. 결코 똑 같은 겨울은 없어. 새롭고 더욱 튼튼한 나무를 위한 옷을 입기 위해 초겨울에는 못났지만 드러났다가 뚝 뚝 떨어지는 것이 내 모습이야. 나는 나를 위해 못난 나뭇잎이 생겨나줘서 고맙게 생각해. 그렇지 않으면 내년에 더욱 싱싱한 나뭇잎이 자랄 자리가 없잖아. 그래서 내게는 모두 소중한 나뭇잎들이야. 그리고 멀리서 보면 내게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잘 어울리게 나를 꾸며주는 나뭇잎들이야.’라고 내게 이야기 한다.

 

그래 나무가 되어보고 나무에서 지금의 내 모습을 배울 수 있겠구나. 내가 지나치게 완벽하려고 했고 지나치게 나의 실수를 가지고 나라는 존재를 흔들며 위축시키려 했구나. 나는 언제나 새롭고 더욱 아름다운 나로 변화해 갈 수 있는 존재구나. 나의 못난 것이 있기에 새로운 내 모습을 준비할 수 있는 그 자리를 마련해 준 것이구나. 지금 나의 실수를 위축 시킬 것이 아니라 나의 실수가 있었기에 더욱 내가 원하는 새로운 것들을 준비하는 기회가 생겼고 그것들은 당연히 거쳐야 하는 시간이구나. 나무의 나이테가 그 많은 사계절을 맞이하며 단단해 졌듯이 나의 그 많은 실수와 부족함의 자리에 나의 더욱 당당한 모습으로 준비하는 과정임을 깨달아 본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