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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풍선 인형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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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음빛 작성일18-10-23 20:54 조회77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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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기사입력/2018/10/22[09:29]

춤추는 풍선 인형처럼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또 하지 못했다. 그 사람의 눈치를 보느라 그리고 그 사람의 기분을 나쁘게 하지 않으려고 열심히 웃어주었다. 마치 그 사람을 위해 춤을 추는 풍선인형처럼 바삐 춤을 추었다. 그때 나의 생각이나 나의 감정은 속이 텅 빈 풍선인형과 같았다. 춤추는 풍선인형과 같은 모습을 그 사람이 내게 요구한 것이 아니다. 내가 스스로 늘 그렇게 하고 살아왔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도 나는 부지런히 춤을 추는 풍선인형처럼 행동하고 있다. 열심히 사람들 틈에서 웃으며 움직이지만 나는 자주 쓸쓸하고 공허하다. 이러한 쓸쓸함과 공허함은 마치 소나기처럼 내 가슴에 급격히 몰아친다. 내 가슴에 추위가 몰려올 때 그때야 내가 나로 살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나는 왜 내 마음의 소리를 하지 못하고 사는지? 나는 왜 내 가슴이 원하는 것을 모르는지? 나는 왜 내가 타인의 소리에 민감하게 잘 맞추려고 하는지? 내 목소리를 나는 모른다. 하지만 타인의 목소리는 잘 알아차린다. 내가 어떻게 웃는지 내가 어떻게 화를 내는지 모른다. 그것은 내 말을 하기 전에 신속하게 다른 사람의 말에 잘 반응하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내가 화를 내면 다른 사람이 나를 싫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다른 사람에게 화를 내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나는 내 감정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내 목소리가 어떤 소리인지 나는 모른다. 내 자신이 불쌍하고 안쓰럽다. 이제는 내 목소리를 듣고 싶다. 그리고 내 목소리에 반응하여 춤을 추며 살고 싶다. 간절히 원한다. 요즘은 마음이 많이 아파서 고통스럽다. 이 고통을 끝내고 싶다는 생각이 나를 휘감고 있다. 좀 더 일찍 내 목소리를 찾을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 후회스럽다.

 

어린 시절 엄마는 나를 이쁘다하면서 이일 저일을 시켰다. 시킨일을 다 하고 나면 또 이쁘다하면서 어른이 해야 하는 일 조차도 내게 하라고 거듭 지시하였다. 나는 힘들어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일이 힘들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왜냐면 내게 이쁘다라고 한 엄마의 말을 거역하면 안 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내 몸은 힘들다고 하고 싶고 나도 친구들과 놀고 싶다고 말을 하고 싶었는데 하지 못했다. 마치 내 입에 누군가 손을 대고 말을 못하게 하는 것 같았다. 그것은 나를 꼼짝 못하게 하는 올가미와 같은 이쁘다였다. 나를 이쁘다고 한 엄마에게 내 감정을 표현하면 왠지 엄마에게 미움 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엄마는 언제나 나에게 무조건 이쁘다는 말을 하고는 내가 무슨 말을 할 틈도 없이 힘든 집안일을 끊임없이 시키고 또 시켰다. 이후 나는 입을 다물고 말없이 일만 하는 아이가 되었다. 그러다보니 나는 자연스럽게 나의 수고를 알아달라고 더 열심히 일하게 되었고 엄마의 인정이 중요하여 눈치를 살피는 것이 아주 중요하게 되었다. 어린 나는 엄마에게 인정받기 위해 눈치 본 것도 있지만 엄마가 나에 대해 잘 평가해달라고 엄마의 눈치를 본 것도 있다. 그래서 나는 엄마에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하지 못 하고 엄마의 평가에 민감한 아이가 되었다.

 

머레이 보웬(Murray Bowen)은 가짜 자신(pseudo self)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쉽게 변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 반면 진짜 자신(solid self)은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서 변화되지 않는 특성을 가진다고 하였다. 우리는 자신을 신뢰하고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에 용기를 내어 진짜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다. 이에는 용기가 필요하고 그 용기를 내어 진짜 자신으로 살아간다면 자신의 목소리가 어떠한지 들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장단에 맞추어 춤을 추면서 진짜 자신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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