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수거' > 심리칼럼

마음빛

 심리칼럼
 
유해사이트 광고, 홍보성 글이나 상호비방이나 인신 공격 등, 유해성 게시물에 대해서는 사전예고 없이 임의로 삭제 및 차단될 수 있습니다.
건전한 게시판 문화가 만들어 질 수 있도록 협조 부탁 드립니다.

'분리수거'

페이지 정보

작성자 마음빛 작성일18-09-24 16:15 조회705회 댓글0건

본문

화성신문/화성신문/2018/09/21[11:41]

분리수거

 

지나가다 분리수거통에 거슬리는 것이 있어 들여다보니 누군가 플라스틱 뚜껑을 분리하지 않고 유리병과 함께 유리통에 넣어둔 것이 있었다. 나는 화가 나서 누군지 꼭 잡아내고자 그 자리를 지키고 서 있었다. 한 시간이 지났을 무렵 아주머니 한 분이 자신의 것을 분리수거 하다가 내가 발견한 플라스틱 뚜껑이 있는 유리병을 발견하고는 그 자리에서 분리를 하셨다. 아주머니께 그 유리병이 아주머니 것이냐고 묻자 아니라고 대답을 하면서 자신도 실수로 여러 번 분리수거를 잘못한 적이 많았다며 웃으셨다. 나는 분리수거를 잘못한 사람을 잡아 혼을 내야한다며 그 병을 그대로 두라고 하였다. 그러나 그 아주머니는 자신이 이미 분리수거를 했으니까 그냥 가자고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왜 그렇게 해 주느냐고 하면서 그 아주머니가 오지랖이 넓은 사람이라며 불평했다.

 

아내와 함께 식당으로 갔다. 아내는 그 식당에는 고구마 줄기 밑반찬이 유독히 맛이 있다며 나에게 꼭 그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 좋겠다고 하였다. 나는 고구마 줄기 반찬이 얼마나 맛이 있길래 그토록 칭찬을 하나 싶어 궁금했다. 그런데 오늘은 그 식당에 고구마 줄기 반찬이 나오지 않았다. 아내는 내게 사과도 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다른 반찬을 맛있게 먹어야겠다고 한다. 나는 아내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분명히 고구마 줄기 반찬 때문에 이 식당에 왔는데 그 반찬이 나오지 않은것에 대하여 아내가 나에게 거짓말한것에 사과하라고 하였다. 아내는 밑반찬이라 오늘은 못 먹을수도 있나보다라고 이해해 달라고 한다. 나는 아내가 거짓말한 것에 대한 사과를 하지 않으면 이것은 도저히 이해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고 했다. 아내는 내게 사람이 실수를 할 수도 있고 식당의 상황변화를 어떻게 자신이 완벽하게 알 수 있겠느냐며 사람의 실수나 잘못을 끝까지 짚어가며 사과를 받으려하는 나와 함께 살기가 힘들다고 한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어머니는 오늘 내가 전화를 하기로 했는데 왜 하지 않았냐며 화를 내신다. 나는 내가 어머니께 전화드리기로 한 것을 깜빡했음을 알았다. 순간 놀라면서도 어머니가 내게 전화할 수도 있고, 내가 나중에 전화드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어머니는 계속하여 소리를 지르신다. 그리고 계속하여 나에게 왜 전화를 아직까지 하지 않았는지 이유를 말하라, 전화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냐 대답을 해 보라, 어릴 때부터 나라는 놈은 뭘 제대로 하는 것이 없어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여전하다며 나를 몰아붙인다. 나는 전화를 끊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왜냐면 내가 어머니의 허락없이 전화를 끊으면 그 후유증이 더 무섭기 때문이다. 아마도 전화를 내가 먼저 끊으면 어머니는 지방에서 몇 시간을 걸려 내가 사는 곳으로 올라와 나에게 나쁜놈이라며 폭언이 밤새도록 이어질 것이다.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때 아내의 우울한 얼굴이 내 앞으로 지나가면서 조금 전 식당에서의 내 목소리와 전화기를 통하여 들리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겹치기 시작한다.

 

우리가 진리처럼 옳다고 믿고 있는 것은 어릴 때부터 뿌리 깊게 들어와 있는 내 삶의 아픈 경험일수 있다. 때론 타인을 평가하는 나의 잣대는 좁게 살아온 내 삶의 그림자를 붙들고 타인을 향하여 목소리를 높이고 비난하는 나의 보고싶지 않은 상처일수 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