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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보기 싫은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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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음빛 작성일18-08-22 11:16 조회69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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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기사입력/2018/08/20[17:51]

꼴보기 싫은 존재

 

할머니의 잔소리가 또 나만을 향해 시작된다. 누나가 동생한테 양보하지 않아서 집안이 시끄럽다며 할머니는 나를 야단치신다. 이를 지켜본 엄마는 동생이 어디 다치지는 않았는지 살피느라 안절부절이다. 동생과 내가 가위바위보 놀이를 하는 중에 내가 계속 이기다보니 동생이 속상해서 큰소리로 울었다. 그뿐인 일이었다.

 

나는 속상하고 억울하다. 단순히 놀고 있을 뿐이었고 동생은 가위바위보 게임에서 계속 진다며 울었다. 나는 우는 동생이 밉고 싫었지만 그보다 더 화나고 억울한 것은 할머니와 엄마가 나를 나쁜 이라며 혼내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화를 낼 수 없다. 화를 내면 할머니와 엄마에게 더욱 성질 나쁜 아이가 되고 더욱 미운아이가 된다. 그래서 나는 이를 꽉 물고 삐죽삐죽 삐져나오는 눈물을 가슴 깊은 곳으로 쑤셔 넣는다. 그리고 나는 늘 혼자이고 버림받은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동생은 엄마의 목을 잡고 아픈 척 하다가 할머니 품에 안기어 약한척한다. 이에 할머니와 엄마는 동생을 끌어안고 예쁘다며 쳐다보고 또 쳐다본다. 나는 나쁘고 못났다고 쳐다보지 않는다. 나는 이러한 동생도 밉고 할머니 엄마 모두 밉다.

 

나는 지금 아홉 살이다. 이 집을 나가고 싶다. 그런데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 다만 나를 외면하고 무시하는 이 집이 싫어 떠나고 싶다. 동생은 무엇을 해도 예쁘고 귀여운데 나는 눈앞에 보이는 것조차도 꼴보기 싫은 존재 그 자체인 것 같아 고통스럽고 외롭다.

 

하루는 식사를 하다가 할머니께서 동생에게 반찬을 얹어주면서 아들이 최고이고 딸은 아무 쓸데가 없다며 나를 힐끗 쳐다보고는 동생에게는 미소를 지으셨다. 나는 그때서야 내가 왜 미움을 받아야하는지 알게 되었다.

 

딸이라는 이유 때문에 내가 미움을 받는 존재이고 동생은 아들이기 때문에 무조건 인정받고 사랑받는 존재이다. 내가 딸로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것도 아닌데 딸로 태어났다는 그 자체만으로 이러한 무시와 차별 그리고 못난 존재가 되어야한다는 것이 가슴 아프다.

 

인간은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소중하고 존귀한 대상으로 사랑받아 마땅하다. 딸이라는 이유, 또는 아들이라는 이유, 그 어떤 이유도 존재 그 자체를 차별하여 상처를 준다는 것은 차별을 하는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왜곡된 가치관이고 차별하는 그 사람 자신의 역사가 담긴 거울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자신이 살아온 역사의 거울이 오목거울인지 또는 볼록거울인지 주의깊게 살필 때 자신이 왜곡되었는지 또는 건강한지 정확히 볼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의 역사가 담긴 거울속에 자신과 맞딱뜨릴 때 기대하는 모습을 위하여 노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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