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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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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음빛 작성일18-06-22 23:27 조회74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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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기사입력/2018/06/19[18:22]

고개 숙인 아이

 

오늘도 어머니는 나와 아내가 운영하는 가게를 찾아와 가게안을 점검하신다. 가게 구석구석 꼼꼼히 살펴보시고 그 다음엔 늘 하던 대로 아내와 나를 불러놓고 지적을 하신다.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이 가게가 더러우면 손님이 오지 않는다’, ‘가게는 청결이 우선이다.’ 어머니의 레파토리는 한결같다. 나는 어머니의 이러한 행동을 어릴 때부터 겪어온 터라 늘 주눅이 들어있다. 늘 못난 어린아이였다. 오랜 시간이 흘러 지금 서른살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머니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고 나 또한 어린아이처럼 어머니로부터 늘 야단을 들으며 살고 있다. 그런데 나는 지금 아내도 있고 내 아이도 있다. 언제부턴가 내 자신이 초라해 보이고 수치스럽다는 생각이 올라왔다. 특히 아내와 아이들 앞에서 어머니가 내게 야단을 치시면 가슴 깊은 곳에서 참지 못할 분노가 일어난다.

 

어머니는 어릴 때부터 나를 가르치고 지적하였다. 칭찬과 격려는 거의 없었다. 학교생활에서도 선생님의 가르침에 항상 경직되어 있었다. 마치 어머니가 나를 못난 아이여서 가르치는 것처럼 선생님이 나를 못난 아이여서 가르친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발표시간에도 스스로 발표해 본 적이 없었고 항상 선생님으로부터 지적당하지 않으려고 눈치만 보면서 생활했다. 그러다보니 학교에서 나를 고개 숙인 아이 또는 바보같은 아이로 친구들은 기억하고 있다.

 

결혼 후 아내와 조그마한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가까운 거리에 어머니가 살고 계신다. 어머니는 내가 결혼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침마다 가게에 들러 나와 아내에게 지적을 하신다. 나는 그런 어머니가 익숙하여 고개만 푹 숙이고 가만히 있다. 그런데 아내는 그런 나에게 실망스럽다며 어머니에게 꼼짝 못하는 내가 싫다고 한다. 그리고 어머니가 아내에게도 잔소리를 하시기 때문에 어머니가 이상하다고 한다. 나는 그런 아내의 지적에 화가 나서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어머니에게는 차마 반항해 보지 못했던 내가 아내에게 폭력으로 나의 억압되었던 화를 표출하였다. 아마도 어머니를 향한 화가 아내를 향해 폭발한 것 같다.

 

아내는 폭력을 행사한 나를 경찰에 신고하면서 내게 이혼을 통보하였다. 어머니는 내게 나쁜 며느리라며 당장 이혼하라고 하신다. 나는 내가 왜 이런 상황에서 어머니가 내게 이혼하라고 호통치시는 것에 아무 말도 못하는지 답답하다. 그리고 아내와의 관계에서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어머니의 호통에 꼼짝을 못하는 것 외에는 내가 나로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성인이 되면 스스로 자신의 삶을 책임져야한다. 거기에는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지켜야하는 선택에 대한 책임이 있다. 그런데 성인이 되어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자신의 결혼생활에 대하여 미성년자처럼 대하는 태도를 가진 부모의 지적을 따르는 것은 자신이 선택한 결혼에 대한 무책임한 사람이다. 부모로부터 심리적 그리고 물리적 독립이 필요하고, 일방적으로 자녀의 가정을 침범하는 부모로부터 분명한 경계선을 긋는 선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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