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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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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음빛 작성일18-05-23 22:16 조회73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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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기사입력/2018/05/21[17:47]

방 안 생활

 

15년의 세월 동안 나는 방 안에서 생활했다. 거실과 다른 방에서는 가족들이 왔다 갔다 하며 이야기를 하고 지낸다. 그러나 나는 지금까지 단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식사는 밖으로 나가 편의점이나 식당에서 해결하고 들어온다. 가끔은 잠이 오지 않는 한 밤중에 밖으로 나가 돌아다니다가 집으로 들어오기도 한다. 가족들이 출근이나 퇴근하는 분주한 시간에는 결코 방문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가족들이 집 밖으로 나가는 소리와 집안으로 들어오는 소리에 민감하다. 왜냐면 집안에서 가족들과 부딪히지 않으려면 가족들이 집안에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15년 전 가족들과 마음의 문을 전적으로 닫기로 결심한 후 지금까지 어느 누구하고도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살고 있다.

 

15년 전 사건을 돌아보면 우연은 아니었다. 어머니와 아버지의 부부싸움에 내가 개입을 했다.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폭언과 폭력을 했고 어머니는 아버지로부터 힘없이 당하고만 있었다. 나는 당시 고등학생이었고 평소에 아버지를 향한 분노가 오랫동안 억압되어 있었던 상태였다. 아버지는 어머니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폭언과 폭력을 가했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에게 일방적인 폭력을 당하면서 내 자신이 못나고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어린아이였을 때는 힘이 없어 아버지로부터 일방적으로 당하면서 아버지를 무서워했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되면서 아버지보다 키도 크고 힘도 강해지면서 아버지를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어머니와 함께 TV를 보는데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여자가 집안에서 할 일없이 TV만 보고 있다고 어머니에게 함부로 하였다. 어머니는 TV 보는데 또 잔소리가 시작되었다며 투덜거렸다. 그때 아버지의 주먹이 어머니의 머리를 강타했다. 나는 아버지의 손을 비틀어 아버지를 제압했다. 아버지는 처음 겪는 일이여서 그런지 많이 놀라하면서 나에게 욕을 하면서 때리려고 하였다. 나는 그런 아버지를 더욱 세게 제압을 하였고 결국 아버지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때 어머니가 내 등을 치면서 아버지에게 함부로 한다고 나를 나무랐다. 나는 당황했다. 어머니가 나에게 야단을 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과 어머니를 향한 배신감을 느꼈다. 그리고 아버지를 향한 분노가 치밀어 올라왔고 아버지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 자신의 잔인한 생각에 깜짝 놀라 방으로 들어갔고 이때부터 내 방안을 나가지 않았다. 이날부터 지금까지 방 안 생활을 한지 15년이 되었다. 지금은 세상 밖으로 나오고 싶다. 그런데 세상 밖으로 나가려니 아버지와 어머니가 계신 집을 통과해야만 세상과 마주칠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무겁고 겁이 난다.

 

미성년자였을 때와 성인이 되었을 때의 힘은 다르다. 과거 15년 전에는 분노와 부끄러움, 수치심, 배신감을 이겨내기가 어려웠고 부모라는 보호자의 책임하에 행동해야 하는 것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 성인이 되었기에 세상 밖으로 나오고자 하는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도 된다. 과거의 아픈 마음보다, 현재 세상 밖으로 나오고자 하는 용기와 삶의 희망의 빛을 보고자 하는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우선이 되어도 된다. 결코 과거 아픔에 머무르기보다는 현재의 자신의 용기 있는 목소리에 힘을 주는 삶으로 나아오면 과거의 아픔보다 현재의 용기라는 힘이 더욱 나를 채워주어 아픔은 어느새 치유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세상은 빛이 있고 따뜻한 햇살과 같이 나를 향하여 팔을 벌리고 기다리고 있는 넓은 곳이다. 결코 방 안 공기와는 다른 곳이고 흥미진진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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