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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숟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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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음빛 작성일18-05-12 22:01 조회72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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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기사입력/2018/05/08[18:16]

숟가락

 

 

회사에서 동료가 나를 쳐다보고 그냥 지나간다. 왠지 기분이 좋지 않다. 잠시 후 다른 동료가 내 옆을 지나가면서 찬바람을 일으킨다. 왠지 기분이 좋지 않다. 나는 부서이동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업무를 모두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그래서 동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런데 사무실 동료들의 인상이 왠지 싸늘하다. 혼자서 업무를 파악하려니 막막하고 답답하여 옆자리에 앉은 동료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동료는 대충 이렇게 하면 된다고 말하고는 고개를 돌려버렸다. 나는 알았다고 하였지만 사실 동료의 말을 모두 이해하지 못했다. 왜냐면 생소한 단어들이 꽤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동료가 좀 더 자세히 그리고 천천히 내게 가르쳐주기를 바랬다. 하지만 동료는 먼저 고개를 돌리면서 마치 내가 다 알아들었으리라 믿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잘 모르면서 알았다고 하였다. 왜냐면 나로 인하여 동료가 불편할까봐 동료의 눈치를 보았다. 점심시간이 다가올 때 나는 눈치를 살폈다. 누구와 점심을 먹어야하는지 또는 누가 나한테 점심을 같이 먹자고 제안을 할지 몰라 불안했다. 나는 내가 먼저 다가갈 자신이 없었다. 나는 늘 타인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어 타인이 원하는 것을 잘 따라가고자 하였다. 그래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사람들의 표정에 민감하고 대화에 경직이 있다.

 

잠시 후 점심시간이 되어 동료들이 하나 둘씩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나는 마치 하든일이 끝나지 않았다는 듯 내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러면 누군가 내게 다가와 점심을 같이 하자고 할 것 같았다. 그런데 아무도 내게 다가오는 사람은 없었다. 잠시 후 고개를 들었을 때 사무실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자리에서 빠져나간 상태여서 당황스러웠다. 나는 재빨리 회사 안에 있는 사내식당으로 내려갔다. 그곳에는 사무실 동료들이 몇 테이블에 나눠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나는 동료들 틈 사이에 자리가 있으면 들어가려고 빈 의자를 살폈다. 다행히 한 자리 비어있는 곳이 있어 그곳에 가서 앉았다. 같은 테이블의 동료들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 식사를 했다. 동료들은 대수롭지 않은 듯 내 인사를 자연스럽게 받으면서 식사에 집중하였다. 내가 밥을 반 정도 먹었을 때 동료들이 식사를 끝마치고 자리에서 하나 둘 일어나는 것이 보였다. 나도 먹든 밥을 그만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치 나 혼자 법을 먹으면 이상한 것 같고 동료들과 함께 움직여야 괜찮을 것 같은 생각이 반사적으로 일어났다. 그때 옆에 있던 동료가 밥을 다 먹고 일어나도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왜 일어나느냐고 하였다. 나는 배가 부르다고 하였다(사실 배가 많이 고팠다).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일어서서 나왔다. 이런 내 자신이 먹다 놓인 숟가락처럼 초라하고 작아보여서 속상하다.

자신의 목소리에 가슴을 활짝 펴고 당당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자기 자신으로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으로 살아가지 못하고 타인이 주체가 되어 타인의 눈치를 보면서 타인에게 맞추어 살아가게 되면 자기 자신은 초라하고 작아지게 된다. 이럴 때 주체를 누구로 할 것인지를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감을 갖고 자신이 원하는 것에 집중하게 되면 누구보다도 기뻐하는 내면의 자기자신이 있다. 자기로 살아가기를 간절히 원하는 자신의 내면은 오랫동안 외로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을 신뢰해야 한다. 자기 자신을 신뢰하는 사람은 삶에 있어서 타인이 주체가 아니라 당당하게 자신을 주체로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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