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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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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음빛 작성일18-04-18 21:56 조회73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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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기사입력/2018/04/17[14:45]

시소

 

아내의 눈은 TV향해있지만 마음은 TV내용에 있지 않다. 방송내용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채 온 몸으로부터 눌려있던 것이 나오듯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흐른다. 울고 또 울어보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는다. 한참을 울다가 가슴이 더욱 허전하여 밖을 내다보지만 공허한 마음 달랠 길 없어 주방으로 간다. 냉장고에 있는 반찬을 모두 꺼내어 냄비에 붓고 밥과 고추장으로 거칠게 비비고 또 비빈다. 어깨지고 부셔진 비빔밥을 미친 듯이 입안으로 쑤셔 넣는다. 마구 들어가는 밥을 꾸역꾸역 목안으로 넘기지만 눈물은 계속 쏟아져 내린다. 눈물과 콧물, 꾸역꾸역 입안으로 들어가는 비빔밥이 온 얼굴을 버무리면서 속에서 터져 나오는 아내의 울음 소리가 짐승의 울부짖음처럼 온 집안에 울려퍼진다.

 

퇴근하고 돌아오는 남편은 울고 있는 아내를 쳐다보며 밥 달라고 한다. 그리고 자신은 피곤하니 고기반찬이 먹고 싶다고 한다. 아내가 오늘은 몸살기운이 있어 고기반찬을 다시 준비하지 않았다고 하자 남편은 아내를 향하여 자신이 벌어준 돈을 달라고 한다. 아내는 미안하다고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슈퍼로 뛰어간다.

 

슈퍼를 향하던 아내는 이내 심장이 터질 것 같아 길모퉁이에 멈춰서 뛰는 가슴을 진정시킨다. 아내는 이제야 자신이 왜 그토록 눈물이 쏟아졌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동안 자신의 존재보다 자신의 역할을 요구해 온 남편에 맞추어 살아온 자신의 모습이 비참하게 떠오른다. 그렇게 살아온 모습을 남편이 알아주기를 기대하고 살아온 스스로가 참 어리석었음을 깨닫는다. 남편은 월급봉투를 아내에게 주었다는 이유로 아내의 존재를 무시하고 아내의 생계를 조정하였던 것이다. 아내는 그런 남편의 조정에 순응해 온 자신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마치 시소를 타다가 우연히 중심에 서 보았더니 자신이 한쪽으로 넘어져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이러한 삶이 20여년 지속되어 억압된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살아왔다.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남편이 자신의 힘듦을 알아주 기다리면 좋은날이 오리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남편은 더욱 아내를 무시하고 아내의 존재를 가벼이 여겼고 아내는 무기력의 익숙한 상태로 지내왔다.

 

지나온 삶에 대한 점검이 필요할 경우 몸과 마음은 우리를 향하게 시스템을 점검하라고 신호를 보낸다. 이때 몸과 마음의 신호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의 존재를 지킬 필요가 있다면 그 신호에 응답하여 새롭게 점검해야 할 것이다. 자기 자신을 유지하고 보호하여 그 누구보다도 자신이 소중한 존재가 되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 자신으로부터 몸과 마음의 병이 자신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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