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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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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음빛 작성일18-03-19 20:22 조회77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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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기사입력/2018/03/19[18:24]

친정아버지

 

일주일에 한 두 번은 지방에 계신 친정아버지께 전화를 드렸다.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혼자 적적할까봐 더욱 마음이 쓰였다. 친정아버지는 늘 조용히 내 전화를 받아주셨다. 친정아버지는 말씀이 별로 없으시고 감정표현을 거의 하지 않으신다. 다만 나는 친정아버지의 목소리에 녹아있는 딸을 향한 깊은 부성애를 느낄 뿐이다. 나는 친정아버지가 살아오신 삶을 통하여 당신을 향한 존경심을 갖고 있다. 어른으로서 당신의 관리가 철저하고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오신 분이시다. 그래서 나도 아이들을 키우면서 힘들고 어렵지만서도 친정아버지께 용돈을 매달 보내드렸다. 이것은 마음의 흐름이고 핏줄의 단단함이었다. 그냥 좋아서 그리고 당연히 끈끈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친정을 다녀온 후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졌다. 내가 갖고 있었던 무조건적인 핏줄에 대한 믿음의 무너짐이었다. 어쩌면 친정아버지에 대한 배신감 일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친정에 가족행사가 있어 모두 모였다. 이때 친정아버지는 가족회의를 하자며 우리 자녀들을 모두 앉혀놓고 말씀을 하셨다. 아버지의 부동산을 큰아들인 남동생이름으로 등기이전을 이미 하셨다는 것이었다. 간단명료한 통보와 같았다. 이유는 맏아들이니까이다.

나와 나머지 동생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냥 가만히 어리둥절해했다. 나뿐만 아니라 나머지 동생 모두가 아버지에 대한 믿음을 갖고 정성을 다하여 아버지를 존경하였다. 그래서 동생들도 충격 그리고 배신감 모두 겪었을 것이다. 맏아들을 제외한 나와 다른 형제자매들은 아버지의 재산에 욕심이 있었다기보다는 아버지를 향한 핏줄, 그 핏줄이 연결된 아버지가 자녀를 향한 한결같고 공평한 사랑을 의심 없이 믿었다. 그 믿음에 대한 배신, 좌절, 버림받음을 경험하였지만 이날 아무도 아버지께 이유를 묻지 않았다. 다만 아버지를 향한 사랑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는 것을 서로의 눈빛을 보면서 복잡한 심정으로 각자 조용히 집으로 돌아왔다.

 

자신이 오랫동안 갖고 살아온 가치관과 믿음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이를 인식하고 노력해야한다. 과거 맏아들을 우선으로 상속하여야한다는 가치관은 현 시대에는 왜곡된 가치관중 하나이다. 이것을 그대로 간직한 채 자녀를 향한 깊은 애정을 갖고 있을 때 그는 참 좋은 아버지이지만 동시에 왜곡된 가치관을 갖고 있는 불쌍한 사람이다. 왜냐면 자녀를 향한 편애의 결과는 오롯이 그 가족관계안에 상처로 남게 된다. 또 다른 결과중 하나는 자녀사이에 재산에 대한 법적싸움으로 이어지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맏아들은 특권으로 인한 돈의 소중함을 모르는 자만이 있을 것이고 나머지 자녀들은 아버지의 사랑에 대한 형제자매간 연결된 관계의 끈을 놓아버릴 수도 있다. 또한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자녀는 아버지를 향한 착한 아이의 페르조나(persona)'로 살아갈 수도 있다. 이것은 자신을 향한 억압된 착한아이의 미신을 붙들고 살아가는 상처가 생길 것이다. 우리는 내가 알고 있는 가치관이 내가 사랑하는 수준만큼 건강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민감하게 점검하여야하며 시대와 상황에 대한 변화에 유연성을 갖고 적응해 나가야한다. 무엇보다도 부모의 사랑은 그 깊이만큼 건강한 방법으로 표현되어야한다. 아픔이 있는 자녀는 친정아버지의 가치관에 머무르지 않고 친정아버지의 선택과 책임은 친정아버지께 맡기고 자신은 당당히 자신으로 돌아올 필요가 있다. 이에 친정아버지를 향한 아픔을 뛰어넘어 자기 자신을 충분히 위로하고 자기 자신을 보호하며 자기 자신을 우선으로 핏줄보다 더 우선인 자신을 향한 독립적인 삶으로 단단히 서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님의 돈을 뛰어넘어야한다. 부모님으로부터의 배신이 아니라 부모님의 것은 부모님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부모님의 돈을 거절하는 용기를 가져야한다. 독립된 자신, 그리고 당당히 자기 자신의 힘으로 일어서서 성공하는 기쁨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성취감과 행복을 준다. 이것이 진정 어린아이에서 어른의 삶으로 살아가는 성숙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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