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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은 지푸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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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음빛 작성일18-02-16 11:12 조회84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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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기사입력/2018/02/14[14:10]

썩은 지푸라기

 

갈 길을 몰라 물어본다. 이혼을 하고 싶은데 남편이 나를 보고 살려달라고 애원한다. 자신이 정신 차리고 잘 해 볼 테니 한번만 더 봐달라고 내 치마를 붙들고 울고 또 운다. 나는 그러한 남편이 밉지도 않고 화도 나지 않는다. 아마도 남편을 향한 정이 없는 것 같다.

 

왜냐면 남편은 1년에 몇 번 씩 그렇게 내게 빌고 또 빌었다. 이제 결혼생활 20년이다. 남편은 참 무책임하고 무심하다. 그리고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다. 남편은 사업을 한답시고 여기저기 대출하여 일을 벌였다. 그리고 사업이 잘 될 때는 기분을 내어 생활비를 조금씩 주다가 사업이 힘들 때에는 생활비를 가정에 주지 않았다.

 

나는 부업을 하면서 남편의 사업이 잘 되기를 기다리며 살아왔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다. 남편의 사업은 잘 되었고 생활비도 가정에 넉넉히 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않았다. 아내인 내게는 사업이 잘 되지 않는다며 힘든 척을 하면서 자신은 그 돈으로 주식을 하기도 하고 시댁에 보태주던가 친구들과 어울리며 돈을 잘 쓰는 사람이었다. 나는 어린아이를 업고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부업까지 하면서 100원 또는 1000원을 아끼며 힘겹게 살고 있었다. 이때에도 남편은 가정생활의 힘듦에는 나 몰라라 하고 자신의 취미생활과 시댁에만 돈을 썼다. 심지어 일 년에 7~8개월은 생활비를 아예 주지 않았다.

 

나는 그것도 남편의 말만 믿고 사업이 잘 안 되어 생활비를 주지 않은 줄 알았다. 하지만 남편의 사업은 잘 되었고 수입도 넉넉했다. 나는 이러한 사실을 안지 몇 년 되지 않았다. 수십 년 동안 아내를 속이면서 가정에 생활비가 힘들어 혼자 부업하면서 살아온 것에 대한 미안함이 없냐고 물어보았다. 남편의 대답이 기가 막혔다. ‘부업을 하면서 아내인 내가 돈을 벌고 있고 그것으로 가정의 생활비로 하면 되지 왜 남편인 자신이 가정에 생활비를 줘야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나는 기대고 있었던 울타리가 썩은 지푸라기처럼 와르르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

 

어제 25세가 된 딸이 엄마인 내게 이혼을 하면 좋겠다고 한다. 엄마가 기댈 수 있는 남자를 만났으면 좋겠다고 한다. 엄마가 더 이상 한 남자로부터 배신 당하다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고 한다. 왜냐면 아빠의 이러한 행동과 말은 해마다 진행해 온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아빠를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고 한다. 아마도 딸은 엄마인 여자의 인생이 불쌍해 보이는 것 같다.

 

결혼생활에서 중요한 것은 책임감이다. 특히 생존과 관련된 경제적인 부분은 함께 감당하고 함께 의논하며 사는 것이 가족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가장 기본적으로 지켜야하는 신뢰를 깨뜨리는 문제가 발생하여 가족구성원의 상처가 여기저기 뿌리를 내리게 된다. 그래서 가족이라는 구성원이 함께 누리는 행복의 일부분도 있지만 함께 해야 할 때 그렇지 않을 경우 상처의 뿌리도 가족구성원안에서 형성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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