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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께에 얹어진 무거운 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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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음빛 작성일17-12-13 20:30 조회79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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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기사입력/2017/12/13[15:44]

어깨에 얹어진 무거운 짐

 

오늘도 엄마는 남동생과 함께 병원을 다녀오셨다. 집으로 들어온 남동생은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엄마는 남동생을 위한 간식준비를 하고자 주방으로 급히 뛰어가신다. 나는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었고 엄마는 나를 지나쳐 가시면서 나에게 눈길을 주지 않으신다.

 

나는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혼자 걸어왔다. 찬바람을 마시며 30분가량 걸어오면서 오늘도 쓸쓸했다. 친구들은 모두 학원으로 가고 집까지 걸어오는 친구는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늘 혼자 걸어서 집으로 걸어온다.

그리고 늘 배가 고프다. 집에는 나를 위한 간식은 없다. 학교에서 집까지 걸어와서인지 집에 도착하면 늘 배가 고프다. 그래서 나는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지만 냉장고에는 반찬만 있지 내가 먹을 수 있는 간식은 없다. 그래서 나는 굶은 상태로 TV를 본다.

 

나는 엄마한테 배고프다고 몇 번 말씀을 드려보았지만 엄마는 동생간식준비에 내 말을 건성으로 듣고 동생에게만 간식이 가고 내게는 없다. 그래서 나는 언제부턴가 엄마에게 배고프다고 말씀드리지 않는다. 왜냐면 엄마로부터 투명인간 취급당하는 것이 속상하기 때문이다.

 

나는 많이 외롭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이야기할 친구도 없고, 집으로 오면 내 이야기를 들어줄 엄마는 아픈 동생을 간호하느라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하지 못한다고 짜증만 내신다. 그런데 나도 관심이 필요한 아이이다.

 

내 나이 이제 아홉 살이다. 그리고 나도 혼자 학교에서 집으로 걸어오는 것이 많이 무섭다. 그런데 엄마는 내가 형이라고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하라고 나를 밀어내신다. 그래서 나는 학교를 다닌 지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매일 혼자라는 무서움의 나날을 보내며 등하교를 한다.

 

그래서 이제는 외롭다 못해 내 자신이 바람처럼 사라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내게 있는 외로움은 내 어깨에 얹어진 무거운 짐과 같아 나를 짓누르며 나를 밑으로 끌어당기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바람처럼 훨훨 떠다니고 싶다.

 

나의 외로움을 그리고 내가 매일 삼키는 눈물의 무거운 짐을 아무에게도 알려주고 싶지 않다. 무엇보다도 엄마가 나의 눈물을 알면 싫다. 왜냐면 나의 눈물을 알려주지 않는 것이 엄마를 향한 나의 유일한 복수이자 내 마음의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엄마 아픈 동생을 돌보시며 힘들어 하는 것을 잘 알아요. 그런데 내가 왜 이리도 외롭고 슬픈지 몰라요. 아마도 내 마음이 아프고 고통스러운 것은 나도 아직 엄마의 따뜻한 손길이 필요한 어린아이이기 때문이겠죠? 나는 누가 나를 돌봐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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