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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한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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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음빛 작성일17-12-13 20:28 조회86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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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기사입력/2017/12/11[10:02]

새 한 마리

 

아들이 말문을 닫고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은지 일 년이 되어간다. 아들은 마치 세상과 단절하고자 작정을 한 것 같다. 아들의 나이는 이제 일곱 살이다. 아들은 혼자만의 세상에 머물러 있다가 가끔씩 엄마인 내게 신호를 보낸다. 내 치마를 붙들고 하늘을 바라보라고 한다. 아들이 손짓하는 하늘에는 새 한 마리가 멀리 날아가고 있다.

 

오늘도 어김없이 남편의 퇴근을 알리는 초인종 소리가 집안을 울린다. 아들은 자신의 방으로 뛰어가 이불속에서 잠을 자는 척 한다. 그리고 남편이 출근하는 다음날 아침까지 아들은 자신의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 남편은 이런 아들이 못마땅하다며 못난 놈이라고 핀잔을 준다. 그리고 아내인 내게도 싸늘한 표정을 짓는다. 집안에 들어오면 못마땅한 것 투성이고 아들하나 있는데 제대로 키우지 못한 것이 아내인 내 탓이라고 한다. 나는 그런 남편의 말에 늘 상처를 받고 무너진다. 남편으로부터 상처를 받으면 나도 깊은 우울에 들어가 내 자신이 이 세상에서 없어지고 싶다는 생각에 머무른다. 그리고 누군가 이 우울에서 나 좀 건져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나를 몰라주는 남편이 더욱 더 밉다.

 

사실 아들을 돌보는 것이 내게는 벅차다. 엄마로서 말문을 닫은 아들을 바라볼 때 마다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아들을 치료하고자 여기저기 다니기도 하고 아들을 걱정하기도 한다. 그런 내게 남편이 던지는 말들은 상처다. 그리고 주변에서 나를 바라보는 시선들도 나를 힘들게 한다. 때로는 아들이 귀찮고 싫을 때도 있고 아들을 누군가가 돌봐주기를 바라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가끔 아들에게 나의 힘듦을 간접적으로 떠넘기는 말을 한다.

 

아들아 아빠 때문에 힘들어서 말문을 닫았니?’ ‘아들아 할머니가 너를 못났다고 그래서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니?’ ‘아들아 고모가 너한테 바보 같다고 해서 입을 열지 않는 거니?’ 나는 아들에게 이러한 말로 되묻고는 마치 엄마인 내 잘못 때문이 아니라는 듯 아들에게 내 속 마음을 던진다. 그러면 아들은 더욱 더 어두운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어버린다.

 

부모의 부정적이고 무거운 마음을 어린 자녀에게 전달하게 되면 자녀는 부모의 부정적이고 무거운 마음을 고스란히 흡수하여 자신의 것으로 가져간다. 자녀는 자신에게 전달되는 부모의 마음을 견디지 못하고 여기저기 상처로 드러나는 증상으로 나타난다. 무엇보다도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부모의 보호와 책임 그리고 사랑이 부모모두에게 있다. 어느 한 사람에게 떠맡기는 것은 옳지 않다. 그리고 부모 중 한 사람만이라도 자녀를 향한 사랑이 충분하고 차고 넘친다면 자녀는 그 사랑으로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는 자녀를 양육할 때 배우자의 탓으로 돌리기 보다는 나 한사람만이라도 더 많은 사랑을 내 아이에게 주어야한다. 그러면 그 사랑이 내 아이에게 풍성하여 안정감과 따뜻함 그리고 자신을 향한 사랑을 경험하여 세상을 이길 힘이 생기고 긍정적이고 편안하게 세상을 바라볼 뿐만 아니라 자신감을 갖고 세상을 향하여 가슴을 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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