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신문/기사입력/2017/11/02[10:58]

‘이 방을 나가면’

부모님의 부부싸움이 끝난 후 어머니가 내 방으로 들어와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와 이혼하고 싶다고 한다. 어머니는 나를 붙들고 아버지 때문에 죽고 싶다고 하시며 아버지의 폭언에 대한 내용을 나에게 털어놓는다. 나는 어머니의 눈물에 내 눈에도 어느새 눈물이 흐른다. 아버지의 폭언에 대한 어머니의 속상함이 내 가슴에 그대로 들어와 아버지가 밉고 싫다. 어머니가 드라이브하면서 아버지가 계신 이 집 공기에서 벗어나고 싶다며 내게 함께 드라이브를 하자고 제안을 한다. 나는 내일 중간고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머니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이며 어머니를 따라 나셨다.

거실에는 아버지 혼자 TV를 보고 계셨고 나는 아무 말도 않고 무표정하게 아버지 앞을 지나쳐 나왔다. 나는 최대한 어머니의 기분을 건드리지 않게 하는 것이 나의 임무인냥 어머니의 눈치를 보면서 어머니가 원하는 대로 따라갔다.

어머니는 드라이브를 하면서 지금까지 아버지와 함께 살아오면서 아버지로부터 힘들었던 것에 대한 감정을 내게 쏟아놓았다. 나는 어머니의 감정에 맞추어 함께 울기도 하고 함께 화내기도 하면서 최대한 어머니에게 맞장구를 쳐 주었다.

몇 시간동안 돌아다니며 식사도 하고 쇼핑도 하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어머니는 기분이 조금 나아졌는지 안방으로 들어가 TV를 보면서 나를 찾지 않는다. 나는 안심이 되어 내 방으로 들어가 시험공부를 하려고 하였다. 그런데 잠시 후 아버지가 내 방으로 들어왔다.

아버지는 내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일요일인데 점심과 저녁을 굶었다며 어머니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아버지는 결혼하여 지금까지 아내로써 어머니가 얼마나 부족했는지 내게 쏟아낸다. 그리고 어머니가 주부로서 살림을 못할 뿐만 아니라 남편을 우습게보기 때문에 친척들에게 얼굴을 내밀수가 없다며 이혼하고 싶다고 한다.

나는 말없이 아버지가 어머니로부터 속상해하는 결혼생활의 내용들을 듣기만 한다. 두 시간가량 지났을 때쯤 아버지는 내 방을 나갔다. 나는 시험공부도 싫고 내 자신도 싫고 아버지도 어머니도 모두 싫다는 생각이 든다. 이 방을 나가면 부모님 두 분 모두의 말에 귀를 귀울일 수는 없다. 어느 한쪽 편을 들 수도 없다. 그래서 나는 미치기로 작정한다.

부부갈등 시 부부 두 사람이 해결해 나가야하는 문제를 자녀를 붙들고 자신의 감정을 쏟아낸다면 자녀는 혼란을 경험하게 되고 정서적 불안과 역기능의 행동을 보이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부부문제는 부부가 서로 문제해결을 해야 한다. 결코 자녀를 희생양으로 만들지 말아야한다. 자녀가 희생양이 될 경우 자녀는 어린시절 경험해야하는 발달단계에서 많은 부분 놓치게 된다. 또한 어른이 되었을 때 부정적인 어른들의 삶이 어린시절 자신 속으로 들어와 어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자기 자신에 대한 정리되지 못한 가치관과 감정의 혼란으로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