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괜찮다' > 심리칼럼

마음빛

 심리칼럼
 
유해사이트 광고, 홍보성 글이나 상호비방이나 인신 공격 등, 유해성 게시물에 대해서는 사전예고 없이 임의로 삭제 및 차단될 수 있습니다.
건전한 게시판 문화가 만들어 질 수 있도록 협조 부탁 드립니다.

'나는 괜찮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마음빛 작성일17-10-28 21:13 조회767회 댓글0건

본문

화성신문/기사입력/2017/10/25[17:32]

나는 괜찮다

 

나는 30대 교통사고를 당하여 1급 시각장애인 판정을 받았다. 결혼은 하지 않았었고 부모님이 나를 위해 병간호를 하셨으며 나의 형제들은 나를 위해 집안분위기와 집안배치를 조심스럽게 배려해주었다. 나는 부모님과 형제들에게 미안한 마음보다는 내 자신에 대한 혼란으로 인하여 많은 히스테리를 가족에게 부렸다.

 

그러다보니 가족들은 서서히 지쳐갔고 나를 향한 배려심과 간호에는 서서히 멀어지려고 하였다. 나는 그런 가족에게 기회다 싶어 더욱 히스테리를 부리며 세상을 원망하고 내 자신을 원망하며 살았다. 그래도 가족은 끝까지 나를 버리지 않고 버텨주었다.

 

지금 내 나이 50대이다. 형제들은 하나 둘씩 결혼하여 떠나고 어머니도 노환으로 돌아가셨다. 이제 집에는 늙으신 아버지와 나만 집에 남겨진 상태다. 아버지는 묵묵히 나를 위해 식사준비를 하시고 당신을 위해 무엇인가를 하시지는 않으신다. 아버지의 희미한 목소리가 내 온 가슴을 아프게 한다.

 

자식의 돌봄을 받으며 편안한 노후를 보내야 하건만 장애가 된 자식인 나를 위해 쉬지 못하시는 아버지, 그리고 사고로 장애가 된 것이 마치 당신의 잘못인 냥 늘 어두운 모습이 속상하고 미안하다. 때로는 아버지께 놀러 다니시고 다른 자식들 집에도 돌아보고 오시라고 해도 아버지는 묵묵히 말씀하신다. ‘나는 괜찮다. 네가 답답해서 우짜노, 젊은 네가 세상구경하지 못해 오히려 애비인 내가 미안하구나! 그래도 네가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니 이 애비는 기쁘다. 장애인이면 어떻고 비장애인이면 어떻노 나는 열심히 살고 있는 네가 자랑스럽다.’

 

나는 교통사고당시 엘리트코스를 밟고 대기업에 다니고 있었다. 그러다가 1급시각장애인 판정을 받고 혼란스러운 기간을 잠시 보내다가 공무원시험 준비를 하여 지금은 전문적인 직업을 갖고 있다. 시험준비과정은 그야말로 처절한 나와의 싸움이었다. 모든 과목을 통째로 외우며 싸투를 벌였다. 그리고 합격하여 지금은 직장생활을 십년이상 하고 있다. 직업특성상 일반인과 함께해야하기에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받으며 내 전문성을 마음껏 발휘하며 살고 있다.

 

무엇보다도 나의 평탄하지 않은 삶을 통하여 가족과 주변에 따뜻한 사람에 대한 사랑에 대한 나의 존재와 장애인을 향한 발전을 위해 사회에 좀 더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 좋다는 삶의 목표가 생겼다. 이러한 나의 긍정적인 삶의 밑바탕에는 부모님의 사랑과 형제 그리고 이웃의 따뜻한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 본다.

 

인간은 자신으로 살아가는 존재의 의미를 찾고, 해야 할 일을 알고, 그것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살아갈 때 진정으로 살아있는 자신을 만나며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생긴다. 또한 시련이 왔을 때 가족과 이웃의 기다림은 가장 소중한 자원이 된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