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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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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음빛 작성일17-10-01 21:43 조회70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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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기사입력/2017/09/27[15:01]

베개

 

오늘밤에도 나는 베개를 가슴깊이 끌어안고 울고 또 운다. 나의 울음소리가 부모님이 주무시는 안방에까지 전해지지 않도록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고 꺽꺽 거리며 운다.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은 신이 계신다면 저를 제발 데려가 주세요. 저는 살고 싶지 않은데 왜 이토록 살게 하시는지요? 신이시여! 신이시여! 저를 제발 데려가 주세요.” 가슴을 치고 온 몸을 움켜잡고 몸부림을 친다. 베개는 어느새 축축해지고 내 얼굴에는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되어 샤워한 것 같다. 그러다가 한참을 멍하게 앉아서 천장만 쳐다보다 새벽을 맞이한다.

 

다행히 부모님은 주무시고 계시는지 조용하다. 나는 책상에 앉아 연필을 찾아 무엇인가 적어본다. ‘죽고 싶다. 그리고 나라는 존재가 싫다. 어차피 부모님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 부모님은 늘 다투시고 나를 귀찮아하신다. 부모님은 내가 왜 이토록 가슴이 아픈지 전혀 모르신다. 차라리 부모님이 없는 고아였으면 좋겠다.’

 

어차피 부모님은 내가 없어지기를 바랄지도 모른다. 왜냐면 부모님이 부부싸움을 할 때마다 엄마는 내가 생겨서 어쩔 수 없이 결혼했다고 하였고 아빠는 원하지 않은 아이였는데 왜 낳았냐고 하시면서 두 분이 서로 싸우신다.

 

 

나는 애기 때부터 부모님이 원하지 않은 존재였다는 것을 10년 동안 부모님의 부부싸움을 통해 듣고 살아왔다. 내 나이 지금 열 살이다. 나는 그냥 죽고 싶다. 나라는 존재가 나도 싫다. 왜냐면 내가 무엇을 하는지, 학교생활은 어떤지, 친구관계는 어떠한지 부모님은 듣기 싫어한다. 그래서 나는 쓸모없는 없어져야하는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부모님과 오순도순 이야기하며 식사를 하고 싶다. 나도 부모님과 함께 놀이동산을 가고 싶다. 나도 부모님이 계시는 우리 집에 친구들을 초대하고 싶다. 그런데 나는 한 번도 부모님과 함께 해 본 적이 없다. 그리고 나는 친한 친구가 없다.

 

나는 많이 외롭다. 친구도 없고 나와 대화 할 대상이 아무도 없다. 나는 슬픈 아이이고 불쌍한 아이이다. 그래서 많이 외롭다. 가만히 혼자 있으면 깊은 웅덩이로 빨려드는 것처럼 우울하고 무기력하다. 살고 싶지가 않고 죽고 싶은 생각에 사로잡힌다.

 

인간은 관계를 통해서 자신의 존재를 알아간다. 무엇보다도 어린 시절 양육자와의 관계에서 어린아이는 자신의 존재와 관련된 가치관과 세계관을 형성하게 된다. 그러면서 아동기가 되면 친구와의 관계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으로 들어간다. 어린 시절 형성되어야 하는 관계에서 자신의 존재에 혼란이 오면 여러 가지 심리적인 불안으로 이어지면서 우울과 무기력의 현상으로 이어진다. 이에 관심과 사랑은 인간의 존재를 확인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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