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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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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음빛 작성일17-09-21 18:04 조회74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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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기사입력/2017/09/[16:35]

 

올가미

 

흰 머리카락이 밤사이 부쩍 올라왔다. 튼튼하다고 자부하던 치아가 흔들흔들한다. 윤기가 흐르던 고운 피부에 검버섯이 여기저기 올라오고, 급격히 시력이 나빠지는지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면서 현기증이 난다. 다리에 힘이 빠지고 어깨가 무거워져서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다고 온 몸이 내게 소리쳐 외친다.

 

그동안 정신력으로 버티며 살아왔는데 그것이 내 스스로 내 자신을 속이는 과정 이었나보다. 힘들다고 소리쳐 외쳐보지도 못하였고 울부짖으며 가슴을 찢고 싶었는데 나는 나의 아픔을 스스로 외면하며 보지 않으려고 지나치게 꾹꾹 참고 살아왔다.

 

그 결과 내 몸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몸부림을 치면서 죽을 것 같이 고통스럽다. 이대로 살다가는 곧 내 몸이 망가지고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는 몸의 신호를 받은 후에야 내 자신의 아픔을 맞딱뜨리고 받아들여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결혼 후 남편은 시댁식구들의 요구에 나를 앞장세워 착한 사람으로 살고자 하였다. 나는 남편이 원하는 것에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자 했다. 때론 너무나 힘들어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시댁식구의 호출에 쉬고 싶다고 할 때 남편은 폭력과 폭언으로 나를 내동댕이 쳤다. 머리도 다치고 몸도 다치면서 남편의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을 바꿀 수 없었다. 남편의 이기심은 변하지 않았고 생활비조차 내게 주지 않은지 오랜 세월이 되었다.

 

참 많은 노력을 했다. 울기도 하였고 애교도 부렸고, 무릎도 꿇어 보았다. 부부관계에서 부족한 내 모습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찾아 노력하기도 많이 했다.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한 해 한 해를 지내다가 어언 30년이 가까워 오면서 내 마음의 아픔과 외로움이 굽이쳐 올라왔지만 꾹꾹 눌러가며 열심히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는 노력만 하였다.

 

하지만 30년이 다가오니 내 몸이 이제는 더 이상 못 참겠다고 여기저기 신호를 보내면서 정신이 번쩍 든다. 남편은 하나도 변한게 없고 나는 점점 병들어 가는 것이 온 몸으로 체험을 하면서 그동안 나 자신을 위해 살지 못한 것에 대한 내 자신을 향한 미안함과 억울함으로 인하여 몸부림을 치고 또 쳐본다.

 

이제는 최선을 다하는 나의 노력의 에너지를 누구를 위해 또는 아내라는 역할자가 아닌, 내 자신을 위해 살아가고자 한다. 세상은 나를 위해 두 팔을 벌리고 있었는데 그동안 나는 스스로 착한 아내의 역할에 올가미를 묶고 또 묶고 살아온 것에 미련없이 떠나고자 한다. 진정으로 나를 사랑하는 신이 계시다면 그 신은 내게 나는 너의 웃음을 원하고 너의 행복을 원한다. 그런데 너는 너 자신을 위해 무엇을 했느냐?’고 가슴아파 할 것 같다. 이제는 진정으로 나에게 웃음을 찾아주는 나로 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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