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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더 가만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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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음빛 작성일17-09-13 21:24 조회67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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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기사입력/2017/09/13[14:47]

가만히 더 가만히

 

어린 시절 아버지의 목소리가 떠오르지 않는다. 그리고 아버지가 나를 향한 눈빛도 내 기억에는 없다.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내게 항상 조용히 더 조용히 가만히 더 가만히 있어라고 하신 목소리만 내 귀에 쟁쟁히 남아있다. 어머니는 내게 입 다물고 다녀라, 아무 말이나 하지 말고 조용히 다녀라그리고 이웃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으면 안 되고 이웃사람들로부터 우리집안에 대한 어떠한 말도 들려오면 안 된다며 내게 항상 주의를 주셨다.

 

그래서 나는 어릴 때부터 누군가의 지적이 있을까 두려워 항상 땅만 보고 다녔다. 그리고 내 목소리나 내 얼굴표정을 누군가가 지적할 까봐 항상 진지하고 또 진지하였다. 그래서 부모님은 내가 항상 점잖고 조용한 아이라고 안심해하셨다.

 

그런데 가정에서만 이러한 나의 생활이 유지된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도 이러한 생활이 이어졌다. 나는 학교에서 표정이 어둡고 말이 없는 아이였다. 그리고 선생님의 질문에 대답을 자신 있게 할 수 없는 아이가 되어버렸다. 왜냐면 선생님의 지적이 있을까봐 질문에 대한 대답이 나가기 전에 두려움이 먼저 앞섰기 때문이었다. 쉬는 시간 친구들이 나와 함께 재미있는 놀이를 하자고 하면 나는 내 목소리와 얼굴표정을 진지하게 하기 위해 친구들과 노는 것을 거절하였다.

 

그 결과 나는 초등 1년을 입학한 후 한 달도 되지 않아 친구들은 나를 투명인간 취급하였다. 물론 나는 친구들이 없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내가 좀 더 진지해야한다는 생각만 갖고 있었기에 친구들이 나를 투명인간 취급하는 것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오히려 시끄럽게 떠들고 신나게 웃는 아이들이 문제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부모님은 내가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은 것에만 안심을 하셨다. 그래서 나는 성인이 된 지금까지 친구가 없다.

 

지금 아내는 내게 이혼을 요구하고 있다. 내가 말이 없을 뿐만 아니라 부부사이가 남남처럼 냉랭하여 많이 외롭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은 외롭기 위해 결혼한 것이 아니라 재미있게 함께 살기 위해 결혼했는데 나와 함께 사는 것이 고통이라고 한다. 나는 아내 말처럼 재미없는 사람이고 재미있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아내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인간의 삶은 인간이 살아온 경험에서 지금까지 진행되어오고 있다. 특히 오랫동안 학습되어진 습관은 우리의 세계관으로 자리 잡고 그것에 만성이 되어 무엇이 문제인지 또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되는지 잘 모를 수 있다. 자신의 삶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낄 때 스스로 새로운 경험을 형성하여 의도적이고 의지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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