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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고추 나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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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음빛 작성일17-07-30 16:36 조회77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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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기사입력/2017/07/27{11:31}

너 고추 나줘

 

너 고추 나줘라는 소리에 남동생은 무서워 도망갔고 나는 도망가는 남동생을 뒤쫓아 갔다. 그때 할머니가 내 앞을 가로막고는 눈을 부라렸다. “계집애가 어디를 뛰어다녀, 망측해라~ 망측해라~” 그러시더니 할머니 뒤에 숨어있던 남동생을 보시고는 아이구 우리고추 내 장손 내 새끼 내 고추, 누나가 너 괴롭혔지, 내가 혼내줄게하면서 남동생 얼굴을 부비고 또 부비셨다.

 

나는 할머니의 내 고추란 말이 가장 싫다. 학교에서 상장을 받아오면 기집애가 공부잘해서 뭐 할려고 쯔쯔, 팔자 세어지는 것 밖에 뭐 있겠니 쯔쯔’. 반면에 남동생은 상장을 받아온 적이 없고 공부도 눈에 띄게 잘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머니는 우리고추 우리장손 최고야, 할미가 너 줄려고 돈 많이 모아놨으니까 너 하고 싶은 것 다해나는 그때마다 나는 할머니 나 대학갈 때 등록금 주실거죠? 라고 여쭤보았다. 할머니의 대답은 항상 계집애는 공부하는 거 아니야, 쓸데없는 소리

 

나는 너무나 공부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혹시나 대학교 등록금을 주시지 않으면, 그리고 대학을 보내주시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불안에 아버지와 어머니께 여쭤보았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똑같이 계집애가 대학은 가서 뭐에 써 먹겠니, 팔자만 세어지지라며 할머니만큼이나 여자라는 이유 하나로 내가 원하는 공부의 꿈을 싹뚝 자르셨다.

 

나는 책 읽는 것이 좋았고 수학문제 푸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래서 공부 그 자체가 나에게는 설레임 이었고 꿈이었다. 공부 열심히 하여 선생님도 되고 싶었고 의사도 되고 싶었다. 어떤 공부를 해도 재미있을 것 같았고 흥미진지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부모님은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나의 대학진학에 대해서 외면하셨다. 그래서 나는 사회에 나와서 열심히 돈을 벌었다. 그리고 몇 년 후 내 힘으로 번 돈으로 대학을 갔다. 대학생활이 꿈만 같았다. 무엇보다도 공부하는 재미가 너무나 좋았다. 내가 그토록 원하던 공부를 하면서 나는 나의 미래의 꿈을 더 크게 가질 수 있었고, 내가 원하는 목표를 향하여 열심히 공부하였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었다. 수십 년이 지나고 지금 내 나이 육십이다. 지금까지 나는 내가 성취한 목표를 향하여 잘 걸어왔다. 뿌듯하고 좋다.

 

부모님은 내가 성공한 사람으로서 목표를 이루었을 때 기뻐 하시면서도 못 마땅해하셨다. 계집애가 너무 높은 자리에 올라가도 안 좋은데 하시면서, 얌전히 가정을 잘 지키는 안주인이 되지 않은 것을 불편해하시는 듯 보였다. 부모님을 바라보면서 참 좋으신 분들이시고 딸인 나를 사랑하지만 당신이 가지고 계신 경직된 가치관에서 변화를 주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보면서 속상하고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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