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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족은 모두 무표정한 꼭두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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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음빛 작성일17-06-29 21:53 조회79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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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신문/기사입력/2017/06/28[17:53]

우리가족은 모두 무표정한 꼭두각시

 

초등시절 체육시간 교문입구 옆 구석에 서서 나를 지켜보는 엄마를 발견하였다. 엄마도 나와 눈이 마주치자 손을 흔들어주었다. 엄마는 학교수업이 마칠 시간이 되면 교문 앞에 기다렸다가 내 손을 잡고 학원교실까지 데려다 주었다. 학원수업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교실창문 밖에서 엄마가 손을 흔들어 주면 나도 엄마에게 미소를 지어보여 주었다. 그러면 엄마는 안심한 듯 미소를 내게 보내주었다.

 

나의 학원수업 계획표는 엄마의 계획이었다. 나는 영어수업이 힘들고 쉬고 싶어 엄마에게 영어학원을 쉬고 싶다고 말했을 때 엄마는 매우 슬퍼하며 냉랭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나는 얼른 아니 영어공부 하고 싶어라고 엄마를 안심시켰다. 마치 엄마의 꼭두각시처럼!

 

학년이 올라갈수록 엄마는 나를 더 높은 수준의 학원수업을 등록시켰다. 나는 힘들고 버거웠지만 엄마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왜냐면 엄마가 유일하게 웃는 이유는 내가 공부를 잘했을 때이다. 나는 웃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엄마를 위로해주기 위해 엄마가 원하는 공부를 했다.

 

엄마는 아빠와 이혼을 했다. 내가 다섯 살 될 무렵이었다. 엄마는 늘 슬픈 얼굴이었고 언제 화를 낼지 모르는 무서운 모습도 있었다. 그런데 내가 공부를 잘 했을 때 유일하게 웃었다. 나는 엄마의 웃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엄마가 원하는 공부로, 엄마의 웃는 모습을 지켜주고 싶었던 나의 다짐이 나의 불행의 시작이라는 것을 알기에는 너무 멀리 온 후 였다. 내 나이 서른이 넘어 결혼을 한 후 알게 되었다. 왜냐면 나의 결혼생활은 불행하다.

 

아내도 아이도 모두 내 눈치를 보며 살고 있다. 나도 아내와 아이가 불편하고 어색하다. 내가 어릴 때 엄마의 눈치를 보듯 아내와 아이도 내 눈치를 보며 표정 없는 꼭두각시의 시늉을 하고 있다. 우리가족은 모두 무표정한 꼭두각시다. 그리고 왠지 모를 슬픔과 아픔 그리고 외로움이 우리 가족 모두에게 있는 것 같다. 내가 왜 이지경이 되었는지 왜 나는 행복 하고 싶은데 행복이 저 멀리 다른 나라 이야기 같은지 모르겠다. 마치 어둡고 공허한 공간에 나뒹굴고 있는 먼지 같다. 언제 사라져 없어져버릴지 모를 나라는 존재가 자꾸 무기력해진다.

 

인간은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느끼는 희노애락(喜怒哀樂)의 경험이 필요하다. 부모의 눈치를 보며 웃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느끼는 기쁨과 행복감 그리고 온 몸으로 경험하는 자신만의 감각이 저축이 되어 삶에 대한 희망과 용기 그리고 살아가는데 긍정적인 자원이 된다. 부모의 꼭두각시로 살아간다는 것은 자녀의 내면에 채워나가야 할 자원을 비워두며 성장하게 된다. 이후 성인이 되었을 때 성인이 되지 못한 심리적 상태가 되어 성인의 의지가 필요한 시점에 텅 빈 자신을 만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인이 되어서도 인간의 자원은 무한하기에 노력하면 얼마든지 긍정적인 자원을 발견하여 채우며 사용해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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