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 심리칼럼

마음빛

 심리칼럼
 
유해사이트 광고, 홍보성 글이나 상호비방이나 인신 공격 등, 유해성 게시물에 대해서는 사전예고 없이 임의로 삭제 및 차단될 수 있습니다.
건전한 게시판 문화가 만들어 질 수 있도록 협조 부탁 드립니다.

'우산'

페이지 정보

작성자 마음빛 작성일17-05-26 23:33 조회664회 댓글0건

본문

화성신문/기사입력/2017/05/25[16:55]

우산

 

난 엄마에 대한 기억이 없다. 엄마는 내가 태어난 직 후 아버지와 헤어졌다. 그리고 나를 아버지께 맡기고 떠나셨다. 지금까지 나는 엄마에 대한 소식을 모른다. 아니 내가 알고 싶지 않아 일부러 찾지 않으려 애썼다.

 

그래서 나는 엄마를 미워하기로 작정한 이후 지금까지 나를 버린 엄마에 대한 미움을 가슴에 끌어안고 살아왔다. 어린 시절 비 오는 날 친구엄마가 우산을 들고 친구만 데리고 집으로 가는 모습이 기억에 있다. 그래서 나는 우산에 대한 기억은 엄마에 대한 미움이다.

 

나는 그때 외로웠다. 그리고 나를 버리고 간 내 엄마가 더욱 미웠다. 나도 엄마가 계셨다면 비를 맞고 서 있지는 않았을 텐데. 어린이날 친구들이 엄마로부터 받은 선물을 자랑할 때 나는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 있었다. 그럴 때 마다 엄마가 내 옆에 안 계신 것이 마치 무시당하는 것 같고 무시당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초라했다.

 

그래도 난 꿋꿋이 살아왔다. 그리고 결혼을 하였다. 문제는 결혼 후 나의 분노가 터지기 시작하였다. 아내가 아이를 혼내는 모습을 볼 때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일어나면서 아내를 향한 분노의 감정을 쏟아내었다. 그리고 나는 왜 아이에게 함부로 하느냐란 표현만 되풀이하는 말을 하였다.

 

아내는 나의 지나친 반응에 놀라면서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나는 그 순간에는 아내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아이가 불쌍하고 아이를 보호해야 한다는 과잉보호를 하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것이 지나쳐서 아내와의 관계에 문제가 생겼다.

 

결국 나의 아이에 대한 분별없는 과잉보호가 부부관계의 이혼위기로 다가왔다. 아내는 내게 자신을 바라봐 달라고 외쳤다. 하지만 나는 아내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오로지 아이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만 하였기에 아내와의 관계는 심각한 상태가 되었다.

 

내가 선택한 과잉보호의 아이지킴이는 결국 또 다른 나의 모습을 가진 내 아이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결국 내 아이를 향한 관심은 받지 못한 내 어린시절의 좌절된 욕구를 채우고자 한 나를 향한 과잉보호였다.

 

이것은 내 숙제였지 내 아내와 내 아이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어쩌면 아내와 아이는 숙제를 하고 있는 어린시절의 내가 아닌 성인인 남편과 아빠를 원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사람을 미워하는 경우 그것은 단지 그의 모습을 빌려서 자신의 속에 있는 무엇인가를 미워하는 것이다. 자신의 속에 없는 것은 절대로 자기를 흥분시키지 않는다. -헤르만 헤세-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