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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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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음빛 작성일17-04-29 23:55 조회74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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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 보냈다'

화성신문/기사입력/2017/04/19[18:23]

 

하얀 꽃잎들이 바람에 흩날리며 내 얼굴에 쏟아진다. 두 눈에 가득 고여있던 눈물이 그 꽃잎을 붙잡고 함께 울어달라며 매달린다. 꽃잎과 눈물이 함께 어울려 마음의 응어리진 상처를 매만질 때 나는 새로운 자유로 태어난다.

 

내 어머니가 돌아가신지 10년이 되었다. 그립고 그립다. 어머니가 떠나던 날 꽃잎비가 하염없이 내렸다. 그때도 봄이었다. 그와 같은 봄날이 되면 내 가슴이 이유 없이 아리고 아프다. 아마도 어머니를 떠나보낸 그때 그날의 애도가 아직도 진행중인가보다.

 

어제 나는 남편을 떠나보냈다. 마음에서 떠나보냈다. 그는 애초에 내게로 들어오지 않았었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내게 들어오지 않는 남편을 원망하며 미워했다. 남편은 자신의 어머니와 자식으로 살아가는 것에서 벗어나지 않으려한다. 시어머니 또한 당신의 아들을 한 여자의 남편으로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다. 나는 남편이 되어달라고 애원하고 붙잡았지만 남편은 시어머니편이었다. 결코 내 편이 아니었다.

 

내 아이가 많이 아프다. 오토바이를 타고 방황하다가 식물인간이 되었다. 나는 이제 알았다. 내가 아픈것보다 더 내 아이가 아파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그냥 애초에 이혼했더라면 내가 덜 아파했을 것이고 내 아이 또한 저토록 방황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나의 삶이 좀 더 자유했더라면 내 어머니와의 애도작업에 후회보다는 그리고 아쉬움보다는 아름다운 추억들로 가득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한 여자로서의 행복을 이제 포기하려한다. 그리고 병상에 누워있는 내 아이의 엄마로 살면서 내 남은 인생을 바치려한다. 내 아이가 그동안 아파했던 것만큼이나 내가 보상해줄 수 있다면 무엇인들 못할까! 이제와서 남편이 내게로 돌아온다해도 나는 그다지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내 남편을 떠나 보냈다. 내 마음에서 떠나보내면 내가 원망하고 미워하는 것을 멈출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제는 내 아이의 아픔과 동참하려한다. 봄에 피는 목련꽃은 너무나 빨리 폈다 진다. 마치 내 마음의 기대가 폈다 지듯이! 내게 사랑이 온다면 저 목련꽃 피는 시기만큼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조은-

오래 울어본 사람은

체념할 때 터져 나오는

저 슬픔과도 닿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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