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단추" > 심리칼럼

마음빛

 심리칼럼
 
유해사이트 광고, 홍보성 글이나 상호비방이나 인신 공격 등, 유해성 게시물에 대해서는 사전예고 없이 임의로 삭제 및 차단될 수 있습니다.
건전한 게시판 문화가 만들어 질 수 있도록 협조 부탁 드립니다.

"마음의 단추"

페이지 정보

작성자 마음빛 작성일17-04-15 00:39 조회647회 댓글0건

본문

화성신문/기사입력/2017/04     

 “마음의 단추”     

  어디를 둘러봐도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없다. 아무리 찾아도 두드릴 문이 없다. 이제야 나는 알아차렸다. 내가 그동안 관계를 하지 않고 혼자 살아왔다는 것을 40대 중반이 되어서야 내가 혼자라는 것이 보인다.

 

아내는 아내대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나름대로 잘 살고 있는 것 같다. 가족이면서 가족이 아닌 듯 살아왔지만 아내와 아이들은 잘 살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못하다. 몸서리치게 외롭다. 아내는 자신의 삶에 늘 분주하다. 취미생활로 이것저것 뛰어다니고 아이들은 각자의 학업에 바빠 나와 눈동자를 맞추어본지가 언제인지 까마득하다.

 

돌아보니 외로움을 나눌 친구는 없다. 그토록 잦은 술자리를 한 친구나 동료들이 있었지만 정작 마음을 나누는 대화의 친구는 아니었다. 그들은 각자 나와 비슷한 생각들을 하며 허탈해 할지도 모르겠다.

 

젊은 시절 시간과 돈을 쓰며 퇴근 후 한잔 두잔 했던 모든 시간들이 허무해진다. 왜 진작 사람을 만나지 않았을까? 그동안 만난 것이 사람이 아니라 술이었고 낭비하기 위한 시간들이었다는 것을, 노년의 문턱을 준비해야하는 중년이 되어서야 알게 된다. 후회스럽고 허망하다.

 

이제는 진정한 친구를 만나고 싶다. 아니 말을 하고 싶다. 아니 내 마음의 단추를 열고 싶다. 내 마음이 몸부림친다. 허전하고 외롭다.’ 신혼시절 아내가 그토록 외롭다고 내게 말좀 하자고 했을 때 나는 그 말을 집어던졌다. 그리고 아이들이 아빠와 놀이동산에 놀러가자고 했을 때 나는 쳐다보지 않았다. 이제야 아내와 아이들의 말들이 들어온다. 하지만 아내와 아이들은 저 멀리 아주 멀리 떠나버린 듯 멀어져있다. 이제 와서 아내에게 대화를 하고 싶다고 하니 아내는 새삼스럽다면서 내 말을 집어던져버린다.

 

며칠 전 내가 아내와 여행을 함께 가자고 제안을 했을 때 아내는 나보다 친구들과 여행가는 것이 더 재미있다며 나 혼자 다녀오라고 했다. 한 달 혹은 두 달 후에 와도 좋다고 했다. 이 정도로 나라는 존재가 아내와 멀어져 있다는 것을 중년이 되어서야 깨닫게 된다. 이제 나는 갈 곳을 잃은 방랑자처럼 아내 옆에서 울고 있다.

 

세상에는 과거의 행위에 대하여 후회하는 사람이 많으나, 그보다도 오히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행위에 대해 후회함이 옳다. 인생의 마지막에 가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후회야말로 우리를 비탄과 절망의 심연에 빠지게 한다. ‘했더라면보다 했지가 많아지도록 하자. 어떠한 경우라도 비탄과 절망에 빠지지 말자.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겸허히 평가를 기다리자. -R. 브라우닝-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