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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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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음빛 작성일17-02-16 22:11 조회64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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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생활’

화성신문/기사입력/2017/02/15[15:10]

  아빠와 약속한 장소인 길모퉁이에 서 있었다.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나는 심심함에 휴대폰을 꺼내들고 영어단어를 공부하는데 집중했다. 잠시 후 내 다리와 머리를 집중적으로 공격하면서 나를 강타하는 익숙한 고음이 들어왔다.

 

  나는 정신없이 다리와 머리를 맞고는 그 사람이 나의 아빠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반격에 나섰다.. 이때의 반격은 아빠를 향한 것이라기보다는 살기위한 생존의 반격이었다. 잠시 후 지나가던 누군가의 신고를 받고 경찰이 왔다. 경찰의 저지로 아빠와 나와의 몸싸움은 멈추게 되었고 우리는 바로 경찰서로 향했다. 

 

  아빠는 약속장소인 길모퉁이에 서 있는 나에게 자동차 경적을 울렸는데도 내가 듣지 못하고 휴대폰에 빠져있는 것에 화가 났다고 했다. 아빠는 휴대폰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이 바보처럼 보였고, 못났으며 그냥 화가 치밀어 올랐단다.

 

  문제는 이 다음부터 시작되었다. 집에 온 후부터 아빠를 향한 화보다 내 자신에 대한 자괴감이 나를 더욱 힘들게 한다. 내 자신도 예상치 못하게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나에 대한 사라짐이다. 나는 삶에 대한 모든 의욕이 떨어지고 내 자신이 연기처럼 사라지면 좋겠다는 존재의 부정이 쓰나미처럼 나를 휘감는다. 

 

  그래도 이전에는 아빠에 대한 분노와 반항이라는 힘이라도 있었다. 그런데 이제 내게는 그 힘마저 사라지고 숨을 쉴 수조차 없는 상태가 되었다. 거실에서 TV를 보며 씩씩거리는 아빠는 살고자 하는 힘이 있어 보여 안심이 된다. 오히려 나처럼 숨을 쉴 수조차 없는 무기력에 빠지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라는 얄팍한 가족애가 살짝 발동한다.

 

  휴대폰 사용을 싫어하는 아빠의 고지식함, 그리고 이기적인 아빠의 고집으로 인해 현실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나는 늘 힘들다. 나는 아빠라는 과거의 가치관에 적절히 눈치보며 행동했고, 동시에 빠르게 발맞추어 가야하는 현대의 기계들 사이에서 늘 혼란스럽게 이중생활을 해 왔다. 

 

  이제 지친다. 사실 나는 휴대폰으로 친구들과 소통하며 여러 가지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 있어 좋다. 그리고 나는 아빠의 고지식한 가치관에 맞춰주며 살아가는 과거가 아닌, 기계들로 움직이는 현대사회에서 현재의 나로 살고 싶다.

 

  네가 알고 있다는 것이 실은 모르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네가 모르고 있다는 것이 실은 알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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