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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퇴근하고 어디로 가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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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음빛 작성일16-12-27 19:52 조회74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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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퇴근하고 어디로 가야하나?’

윤정화 심리칼럼

화성신문/2016/12/21[13:28]

아내가 싫어 밤늦은 시간 거리를 방황하며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자정이 넘고 새벽 2시가 될 무렵 아내가 잠들었을 것 같아 집으로 향한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아내가 잠든 안방에 빛이 보이지 않아서 안심을 하고 아이 방으로 들어가 잠을 청한다.

 

다음날 아침 출근시간에 맞춰 잠에서 일어나 바로 출근한다. 이제야 살 것 같다. 나는 집밖으로 나오면 살 것 같다. 아니, 아내가 없는 곳에 있으면 숨을 쉬는 것 같다. 나는 출근해 일을 할 때는 열심히 업무에 집중이 된다. 

 

하지만 퇴근시간이 다가오면 가슴이 답답하고 두통이 일어난다. 동료들은 퇴근시간을 기다리며 1분이라도 빨리 퇴근하려고 하지만 나는 퇴근시간이 가까워질수록 가슴이 답답하여 일을 미루며 천천히 한다.

 

오늘은 퇴근하고 어디로 가야하나? 마치 약속이 있는 것처럼 커피숍에 한참을 앉아 있다가 일어서기도 하고, 당구장에 들러 당구도 쳐보고, 술집에 가서 술을 마셔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나에게는 방황하는 과정이기에 마음은 늘 우울하다. 

 

7년전 아이가 갓난아이일 때 아내는 저녁에 퇴근하는 나보고 자정이 넘어서 집에 들어오라고 했다. 이유는 내가 저녁에 퇴근하여 들어오는 현관문소리 때문에 아이가 푹 자지 못하고 일어난다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가 푹 자는 시간인 자정에 집에 들어오면 아이도 아내도 잠자는 것을 방해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이때부터 아내와 아이의 숙면을 위해 밤마다 거리를 방황하며 하루하루를 보내었다.  이제 7년가량이 지나다보니 함께 집에 있는 시간이 어색하고 불편하다. 오히려 혼자 있는 것이 편하다. 

 

이러한 어색하고 불편한 관계가 이어지다보니 이제는 아내가 옆에 있는 것이 불편하고 싫다. 그러다보니 아내가 보기 싫어지고 아내의 얼굴을 보는 것이 끔찍하다. 그래서 이제는 아내가 싫어 집에 들어가지 않고 거리를 방황하며 돌아다닌다.

 

나는 아내와 함께 살기 싫어 이혼을 심각히 생각해본다. 예전에 자신과 아이의 수면을 위해 나를 밖으로 내 몰았다는 억울함과 버림받음의 심리적 억압이 이제야 튀어 나오는 것 같다. 차라리 7년 전에 나도 이집의 가족이라고, 그리고 저녁에 일찍 집에 들어와 쉬고 싶다고 소리쳤더라면 이토록 아내가 싫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사랑하는자와 사는것에는 한가지 비결이 있다. 상대를 달라지게 하려고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샬돈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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