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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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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음빛 작성일16-10-19 20:12 조회63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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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화성신문/기사입력/2016/10/19[09:21]

오늘도 나는 거짓말을 했다. 회사 사무실 여자 동료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남자친구 이야기가 나왔다. 동료들은 서로의 이성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한 남자를 지칭했고 사귀고 싶어 하는 남자라고 했다. 그 남자는 나도 약간 안다. 회사 건물 밖을 지나가다 스치면 인사를 하는 정도의 사람이다. 그 남자는 옆 건물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동료들은 옆 건물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그 남자가 자신들의 남자친구였으면 좋겠다고 마음을 꺼내놓았다.

 

순간 나도 모르게 내 입을 통해 그 남자와 내가 동거하고 있으며 그 남자는 내 남자라고 말을 하고 말았다. 동료들은 모두 나를 쳐다보면서 의외라는 표정과 부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당당하게 그 남자는 내게 아주 친절하며 나를 위해 뭐든지 다 해주는 남자라고 이야기하면서 그 남자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사소한 것 까지 이야기했다. 사실 모두 거짓말이다. 나는 그 남자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다. 동료들은 내가 그 남자에 대해 너무나 자세하게 잘 알고 있다는 것에 나를 부러워하면서 내가 그 남자와 동거한다는 것을 믿기 시작했다.  동료들이 내 말을 믿고 그 남자와 함께 동거하고 있는 나를 부러워한다는 것을 보면서 기분 좋았다. 나도 괜찮은 사람이 된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더욱 거짓말에 거짓말을 했다. 그 남자는 좋은 대학을 나왔고 돈이 많으며 꽤 좋은 집안의 아들이라고 했다. 나는 속으로 ‘지금 내가 너무 많이 부풀리고 있는데! 뭐 어때 어차피 이 사람들은 확인할 수 없겠지’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나도 모르게 내가 부풀린 이야기에 도취돼 내가 아주 괜찮은 사람과 살고 있는 아주 괜찮은 사람이 된 듯 얼굴이 상기돼 나의 거짓이야기에 내 스스로 푹 빠졌다. 

 

사건은 다음날 바로 터지고 말았다. 나와 동거한다고 이야기했던 그 남자가 퇴근시간이 돼 우리 회사로 방문했다. 그 사람은 우리사무실에서 함께 근무하고 있는 남자 동료 김대리와 친구사이였다. 그 친구와 김대리는 저녁 약속이 있어 서로 만나기로 했던 것이다. 

 

어제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여자 동료들은 나와 그 남자를 번갈아 보면서 이상하다는 눈빛을 보냈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김대리는 사무실 여직원들도 함께 저녁 식사하러 가자고 제안을 했다. 그 남자친구도 함께 식사하러 가자면서 “모두들 처음 뵙겠습니다. 인사드리겠습니다. 저는 000입니다” 하면서 여직원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하면서 나한테도 다가왔다. 나는 얼떨결에 인사를 하면서 어색해했다.

 

어제 내가 이 남자친구와 동거하고 있다는 말이 거짓말이었다는 것을 여자동료들은 눈치를 채기 시작했다. 나는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어 약속이 있다고 하면서 그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내일 사무실로 출근해 동료들을 볼 일이 까마득하다. 이런 식으로 거짓말하며 살고 있는 내 자신이 싫다. 

 

하지만 나는 사람들을 만날 때 자연스럽게 거짓말로 내 자신을 괜찮은 사람으로 포장하는 것이 익숙하다. 이런 내 자신이 싫다. 하지만 거짓말을 하지 않으려는 마음만 있고 행동으로 노력하지는 않고 있다. 오히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수 십 년 동안 익숙하게 거짓말 해 온 나의 모습에 나를 내어 맡기다보니 이제는 되돌리기에 너무 멀리 온 것 같다. 내가 진실되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은 오히려 아무것도 없다.

 

관용으로써 분노를 이겨라. 선으로써 악을 이겨라. 아낌없이 줌으로써 인색한 사람을 이겨라. 진실로써 거짓말하는 사람을 이겨라. -쟈스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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