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만 참아야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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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음빛 작성일16-04-16 16:33 조회737회 댓글0건본문
윤정화의 심리칼럼(2016. 4. 3)
“왜 나만 참아야 되는데”
“왜 나만 참아야 되는데”라며 나는 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질렀다. 남편은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딸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집안은 여기저기 어지럽게 물건들이 널부러져 있고 거울 속에 비췬 내 모습은 괴물이었다.
오늘도 한바탕 했구나 싶어 한동안 가만히 주저앉아 있었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리고 드는 생각은 딸이었다. 벌떡 일어나 딸 방으로 가 보았더니 역시나 엉망이 되어 있는 딸의 책상과 옷 들이었다.
또 미안하고 부끄러운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 내가 어쩌다가 오늘 또 딸을 억울하게 잡고 말았구나. ‘잠시 후면 남편이 딸과 함께 집으로 들어 올텐데’ 그때 딸 얼굴을 어떻게 볼까 부끄럽다. 딸은 나를 오히려 걱정하면서 괜찮다고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눈물이 난다.
잠시 후 남편과 딸이 집으로 들어온다. 두 사람은 내 눈치를 보면서 주섬주섬 집안청소를 한다. 나는 멍하게 그 모습을 보면서 가만히 앉아 있었다. 집안청소를 한 후 딸이 내게 다가와 엄마 기분을 좋게 하고자 히죽 히죽 웃는다.
예전에는 그 모습을 보고 짜증을 내고 딸을 밀쳐버렸는데 오늘은 내 가슴 깊은 곳에서 꾸물꾸물 올라오는 뜨거운 것이 있다. 내 기분을 맞춰주는 딸의 애쓰는 모습이 슬프고 아프고 미안해서 눈물이 난다.
딸은 이러한 엄마의 모습이 낯선지 오히려 엄마를 걱정하며 함께 울어준다. 내가 어쩌다가 내 스트레스를 딸에게 쏟아 부어 딸을 불안하게 만들었는지 내 자신이 원망스럽고 화가 난다.
‘나는 그동안 나의 스트레스인 쓰레기를 딸에게 모두 부어 던지고 나는 내 기분대로 살았는데, 딸은~ 딸은 오히려 나의 쓰레기통이 되어 그 쓰레기를 받아내는 커다랗고 소리 없는 쓰레기통이 되었구나. 그 결과가 내 기분을 맞춰주는 눈치 보는 아이가 되었구나!’
‘내 문제를 내가 스스로 해결해 내는 것이 딸에게 더 이상 내 모습을 대물림 시키지 않는 것이리라. 내가 이대로 내 문제를 딸에게 쏟아 부으며 산다면, 몇 십 년 후 딸 또한 자신의 딸에게 “왜 나만 참아야 되는데”라며 괴물이 되어있겠지!‘
結者解之(결자해지): 자기가 저지른 일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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