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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밖에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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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음빛 작성일16-03-05 12:28 조회71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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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밖에 못해’

윤정화의 심리칼럼

화성신문 2016/03/03 [14:54]

부장님이 지나가는 소리로 “이것밖에 못해” 이 말이 가슴에 남아 내 자신이 초라해 보이고 모든 것이 자신이 없다. ‘이것밖에 못해’란 말을 듣지 않으려고 얼마나 노력하고 살아왔든가. 그런데 직장생활 10년만에 처음 들어보는 소리가 왜 이리도 나를 괴롭히는지 모르겠다.

 

집으로 돌아와 저녁식사를 하는데 아내가 불쑥 “여보! 왜 당신은 늘 심각해, 애들이 아빠가 무서워 함께 놀러가기 싫데. 나도 당신 웃는 얼굴 보고 싶어. 당신은 늘 전쟁터 나가는 사람처럼 눈에 힘이 들어가 있어”

 

나는 집에서도 재미있는 모습보다 심각한 모습이 익숙하다. 아내와 아이들이 코메디 프로그램을 보고 웃고 있으면 재미없는 것을 보고 있다고 무시했다. 나는 주로 뉴스를 보든가 싸우는 프로그램을 본다. 그리고 그것을 통하여 내 자신이 더욱 진지해 지든가 주인공이 싸워서 이겼을 때 대리만족을 느낀다. 

 

아내가 내게 어떠한 것을 부탁하면 나는 무조건 들어주려고 한다. 때로는 피곤하고 지칠 때 아내가 집안일을 부탁하면 쉬고 싶다고 말하고 싶지만 아내의 부탁을 들어준다. 그러다가 아내가 이것저것을 지적하며 “이것밖에 못해”라고 농담처럼 이야기하면 나는 그것이 농담인줄 알면서도 머리끝이 서면서 내 입에서 폭언이 나온다.

 

그다음 아내를 향해 미친 사람처럼 소리치며 밖을 나가버린다. 나는 직장과 집에서 또는 다른 곳에서도 모든 일을 잘 하려고 지나치게 노력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늘 피곤하고 지쳐있다. 어릴 때부터 쉬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내게는 늘 고생하시는 어머니가 계신다. 아버지는 내가 중학생이 되었을 때 병으로 돌아가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 혼자 고생하시면서 우리 삼형제를 키우셨다. 나는 어머니를 따라 노점에서 물건을 함께 팔았고 어머니의 잔심부름을 하였다. 이때 어머니는 내게 “이것밖에 못해”라는 말씀을 하시면서 나에게 혹독하게 일을 시키셨다.

 

어머니는 내게 일을 못해서 “애비 없는 자식”이란 소리 듣지 말아야하며, 사람은 가벼우면 안 되고 열심히 노력해서 흠 잡히지 않도록 하라고 하셨다.  

 

그러고 보니 “이것밖에 못해”란 소리를 듣는 것은 “애비 없는 자식”이란 말로 내 스스로 해석하여 이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심각하고 무겁게 살아왔다. 아버지가 안 계실수도 있고 일을 하다보면 실수할 수도 있는데 그러지 못하고 채울 수 없는 것을 채우기 위해 이것저것 모두 잘하려고 애쓰면서 “애비 없는 자식이라 놀리지 마세요”를 가슴에 품고 살아왔다.

 

자기 자신이 해낸 것을 즐기는, 자기 자신이 하고 있는 것을 즐기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괴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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