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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이 된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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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음빛 작성일15-12-04 12:12 조회72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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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이 된 딸

윤정화의 심리칼럼

화성신문:기사입력/2015/12/02[10:12]

등교시간이 훌쩍 지났는데도 딸은 침대에서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일어나라는 엄마의 말을 들은지도 벌써 한 시간이 넘었다. 엄마는 딸을 향해 울며 애원해본다. 딸은 그런 엄마의 울음소리가 귀찮다는 듯 교복이 아닌 사복을 주섬주섬 입고는 가방도 없이 현관문을 쾅 닫고 나가버린다. 싸늘한 문소리 뒤에는 정적만이 남았다.

 

굳게 닫힌 현관문 앞에 엄마는 그저 멍하니 딸의 뒷모습을 쫓는다. 그리고는 이내 주저앉아버린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어 버린 걸까. 잠시 후 정신을 차리고 휴대폰을 찾아 딸에게 전화를 건다. 휴대폰 너머로 들려오는 딸의 퉁명스런 목소리에 엄마는 반가워하며 서둘러 지갑을 챙겨 문밖을 나선다.

 

네가 먹고 싶은 것을 말하라는 말에 딸은 꽤 비싼 식당의 이름을 말한다. 알겠다며 엄마는 연신 웃는 얼굴로 딸의 뒤를 따른다. 딸은 엄마가 귀찮다는 듯 이내 발걸음을 옮겨 성큼성큼 앞서간다.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 온 딸은 엄마의 얼굴을 보고 소리친다. “죽여버릴거야. 엄마가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엄마를 향해 울부짖으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다. 딸의 말을 들은 엄마는 한 동안을 얼음이 되어 그 자리에 서 있는다. 잠시 후 딸의 방에 들어가 딸을 달래본다. 딸은 필요한 것들을 요구하며 사오라고 명령하고 엄마는 알겠다며 백화점으로 향한다.

 

백화점을 가는 내내 엄마는 생각한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분명 크게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깨닫는다. 나는 왜 지금 지갑을 들고 서두르고 있을까. 딸은 왜 저렇게 괴로워하는 걸까. 딸의 분노가 자신에게 향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머릿속이 복잡해진 엄마는 혼란에 빠진다.

 

딸이 아주 어린 갓난아이였을 때 엄마는 자신의 소중한 직장을 그만두었다. 그때부터였을까. 엄마의 관심은 오롯이 딸의 인생이었고 자신이 원하는대로 딸의 삶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딸이 학교에 입학하고 나고 부터는 공부도 엄마가 원하는 ‘기준’에 속하기 시작했다. 딸은 엄마가 원하는 ‘모범생’의 모습으로 살아갔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엄마가 원하는 딸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중학생이 되고, 딸은 변하기 시작했다.

 

학교가 재미없다. 딸이 말했다. 엄마의 잔소리가 싫다. 엄마의 간섭이 싫다. 엄마가 싫다. 반항의 수위가 높아지고 딸은 자신의 삶조차 방치하며 망가지기 시작했다. 엄마가 원하는 딸의 모습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엄마와 딸은 다른 사람이며 다른 인격체다. 엄마의 삶과 딸의 삶은 엄연히 다르며 이는 분리되어야 마땅하다. 딸은 ‘엄마의 것’, 즉 엄마의 소유물이 결코 아니다. 단지 두 사람이 엄마와 딸로서 만난 것이다. 딸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만들어 갈 권리가 있고 엄마는 이를 인정해야 한다.   

 

맹목적인 모성애 때문에 파멸한 인간이 위험한 소다병으로 파멸한 인간보다 많다. -오크라이크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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